세 차례의 도전 끝에 700선을 회복했다. 시장관심은 반등의 연장세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종합지수 670선 바닥에 대한 공감대 형성됐지만 추세전환을 논하기에는 모멘텀과 수급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증시는 치열한 매매 공방을 벌이며 방향성을 드러낼 전망이다. 시장심리가 눈에 띄게 개선됐으나 가격메리트 감소와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매물부담이 만만치 않다. 최근 관망세를 보인 증시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순환매를 몰고 다니는 단기 테마주와 상반기 실적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주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줄 큰 요인. 즉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 최고경영자의 재무제표 인증 시한 마감이라는 굵직한 재료가 노출된 이후의 시장을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 700선 이후 = 종합지수가 700선을 탈환했다. 기술적으로 700선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다만 심리적인 영향력이 강한 데다 펀더멘털 여건과 가격 사이에서 저평가의 기준선이 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700선에 복귀해 긍정적이다. 700선이 곧바로 강력한 지지력을 발휘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저점 확인 이후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고 있어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더라도 되돌아올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취득을 시작한 지 채 10일이 되지 않아 이미 약속한 분량의 1/3을 매수하는 등 주가방어에 힘을 쏟고 있고 KT의 외국인 보유한도 확대로 외국인의 잠재적인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공세를 일단락 지은 이후 매수에 가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13일 외국인은 반도체 현물가격 하락, 인텔에 대한 실적전망 하향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순매수 1위에 올렸다. 또 최근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주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이틀 연속 주가지수선물을 대규모 매수해 주목된다. 외국인은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전날 4,243계약을 사들인 데 이어 5,990계약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누적순매도에서 2,500계약 가량 순매수로 돌아섰다.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매매를 일삼는 외국인이 이틀간 1만계약이 넘는 포지션을 확대하기는 드문 일. 외국인 패턴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국내외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대감을 갖을 수 있는 대목이다. ◆ 뉴욕‘이벤트’ = 이번주 미국에서는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화요일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어 수요일에는 최고경영자의 재무제표 인증 시한이 마감된다. 이 같은 재료는 그러나 이미 시간을 거치며 증시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판단이다. 금리인하의 경우 사실상 제로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그린스팬이 섣불리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뉴욕증시가 지난주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등을 일궈냈지만 시장관심은 FRB의 통화정책 기조와 그린스팬의 코멘트에 몰려 있다. 국내증시의 시선은 그에 따른 뉴욕증시의 반응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하거나 반응과 해석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요일까지 제출 시한을 이틀 앞둔 최고경영자(CEO)의 재무서약도 재료노출과 상승추세 전환의 테스트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유리하다.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최근 시장이 호재에 민감하고 악재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뉴욕증시의 급락이 지난해 10월 이후 잇따라 터진 엔론, 타이코, 머크 등의 회계부정에 따른 신뢰성 타격에 큰 이유가 있기에 이번 재무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재무제표에 서명하지 않는 기업의 신용전망을 낮출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재무서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그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반영될 공산이 크다. 손상된 신뢰성이 한 번의 서명만으로 단숨에 회복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 악재희석, 실적주 관심 = 증시에 가격메리트가 완화되면서 갖가지 테마가 형성되며 상승세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반기 실적제출 마감을 앞두고 실적 개선주에 관심을 두라는 지적이 많다. 20일 증시에서는 이날 실적을 내놓았거나 발표를 앞둔 기업에 선취매성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하루 더 연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업체의 영업성적에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국내 기업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는 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앞서 반영한다는 점에서 ‘꾸러미’로 묶여 발표하는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반짝효과’ 이외에는 별 매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4분기 실적이 종합적으로 발표된 이후에 증시는 기나긴 조정에 접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는 제어가 불가능 해외요인에 의해 약세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주가가 실적을 후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구나 단기 급등으로 조정이 예상되고 있어 방어적인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도는 순환매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실적만한 재료가 없고 주가는 이르던 늦던 실적을 반영한다’는 점을 상기할 시점이다. 이미 지난 성적표가 시장전체에 모멘텀을 제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종목별, 업종별로 레벨업을 선도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뚜렷한 실적개선이 나타나고 있고 또 3/4분기에도 개선추세가 이어질 종목은 초과수익률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