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답답한 박스권에 갇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전저점인 1,200선 부근에서 다시 바닥 확인에 나서자 종합지수의 하향 흐름은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외국인의 관망적인 매매 행태와 증시 자금유입 부진에 따른 유동성 고갈은 국내 시장의 수급상황 개선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로 현물 시장 흐름이 방향없이 무기력하게 흔들리고 있어, 떠나자니 아깝고 막상 참여해도 먹을 것이 없는 ‘계륵(鷄肋) 장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회계부정과 경기 이중침체(더블딥)의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향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추세 전환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기적 시각에서 저평가 인식을 가진 투자자이외에는 매수세 가담이 어려운 상황이며 섣부른 단기매매가 수익률 제고보다는 손실확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 미국시장 바닥 탐색 = 미국증시가 최근 더블딥 우려속에 급락세를 이어오다 급반등에 성공해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이날 다우지수보다 나스닥 지수의 상대적 선전이 특히 시장 바닥 확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6일 나스닥지수는 지난 7월 30일 이후의 하락세를 닷새만에 벗어나며 4% 이상 급등했다. 1,200선이 위태로운 상황에서의 반등이었다. 이날 나스닥의 상승논리인 금리인하, 달러강세 등의 논리구조가 약해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반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2주전 바닥을 찍고 다시 바닥에 근접하면서 재반등해 이른바 이중바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쉽게 깨질 지수대는 아니라는 신뢰감을 구축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반등 국면이 하루로 그치지 않고 주후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이지만 지난 2주간 다우중심의 반등이 진행되다 나스닥이 V자형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저점 신뢰를 높였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시장이 7월에 저점을 만든 뒤 하락추세에서 다시 급반등하면서 쌍바닥 가능성을 보였다”며 “미국시장 바닥 공감대는 아직 강하지 않지만 추가하락이 저지될 경우 최소한 외국인의 매도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나스닥지수가 1,200선에서 저점을 찍고 올라와 당분간 추가상승이 가능해 보인다”며 “기술적 반등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 소비지표 회복과 달러 강세 등의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 충격에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700 저항선 고착화 우려 = 8일 옵션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매물화 부담이 당장 수급부담 요인으로 대두했다. 시스코의 실적 호전이 미국시장의 반등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시장 참여 양상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의 소화도 타진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선호 등 안전자산선호에 따른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출이 이제 시작단계라는 지적도 있어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관계자들은 650선을 저점으로 하고 700선을 저항선으로 잡는 단기 박스권 흐름을 상정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전략팀장은 “장중 690선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매물화 욕구를 자극하는 등 시장이 곧바로 상승할 만한 펀더멘털의 확신이 없다”며 “미국시장 안정에 대한 믿음이 구체화되기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 속에서 전저점을 높이는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옵션만기의 프로그램 물량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낙폭과대와 심리호전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 최소한 매도세를 줄이는 관망세를 보이더라도 하방경직성은 유지될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미국과의 최근 상관도가 지나치게 높아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이 간과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시장의 악재가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볼 때 이젠 음식료, 운수장비, 전자부품 등 이익모멘텀이 강한 부문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주말 미국의 노동생산성 지표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매수를 늘리기는 부담스럽다”며 “680~720선 변동폭이 예상되며 옵션 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로 대형주 매매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기관이 전날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할 경우 200억원 정도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에서 보듯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이라며 "외국인도 미국 시장 반등을 고려할 때 매수 규모가 미미해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