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 후퇴가 진행중이다. 5일 종합지수가 700선 이후 680선 마저 깨지며 대세 상승 기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정회계라는 비체계적 위험에다 경기 펀더멘털 악화라는 체계적 위험이 겹치면서 시장은 급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논의가 급하게 진행되자 하반기 국내 경기의 눈높이도 동반 하향되고 있다. 단기 낙폭에 따른 가격메리트는 미국 시장 침체 장기화 전망으로 반등랠리 믿음이 약화되면서 함께 사그라들었다. 미국시장의 회계부정 척결 등 기업 개혁 방안이 당초 예상보다 증시부양에 그리 큰 모멘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외국인의 지칠 줄 모르는 매도공세는 세계적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함께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하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매수세로의 급선회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달러/원 환율은 등락을 반복하며 1,200원선에 접근하는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경제를 바라볼 때 상승세 전환을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D램 반도체 현물가도 당분간 수요공백으로 약세를 이을 전망이 유력하다. 단지 미국시장의 기술적 반등 시기를 틈타 코스피 선물시장으로의 투기적 매수세 유입, 그리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 차익매수 유입이라는 시나리오가 타진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추가적 하락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본격적 매수 가담은 부담스럽다. 적절한 현금 비중을 유지하면서 바닥형성 시기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680선 붕괴, 차기 지지선 모색 = 700선 이후 강한 지지선으로 기대를 모았던 680선이 무너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지난 9월 이후 상승폭의 절반 조정 수준인 700선이 무너졌지만 그나마 주 추세선인 680~690선 정도가 지켜질 경우 장기적 상승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0년 9월에서 2001년 12월까지 1년 3개월을 480~650 장기 박스권 흐름을 보여왔다”며 “이런 측면에서 68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상승국면에 대한 의구심이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52주선이 위치한 690선이 기술적으로 의미있는 지지선이었다”며 “이것이 깨지면서 기술적 하방 경직성을 담보할 부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지지선으로 650선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지 신뢰도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650선이 지난 9.11이후 상승의 62% 조정선이며 이것이 깨질 경우 2001년의 지지선이었던 630, 600, 500 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소화할 만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기술적 지지선에 집착하기보다는 기관 신규자금 유입 여부 등 수급여건의 변화 조짐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3,700억원대로 줄어들어 선물시장의 콘탱고가 나타날 경우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에 따른 하방경직성도 관찰 대상이라는 것. 현재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는 장기보유물량이라는 점에서 매물화 가능성이 적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8,000억~9000억원대까지 들어왔다는 점에서 향후 3,000억~5000억원 정도의 유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투매자제속 리스크관리 지속 = 추가하락 압력이 강한 상황이지만 심리적 패닉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가 주류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와 주요 기업 실적이 대부분 나오며 이미 시장에 충격을 가한 상태임을 감안하라는 것. 증시가 펀더멘털과 재료를 선반영하며 아래와 위로 과잉반응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젠 급격한 하락보다는 서서히 지지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펀더멘털 장세로 들어서면서 중장기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라 추세적 대응보다는 단기 등락을 잘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가 정점에 달하며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주체가 없는 수급 한계가 크다”며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바닥권과 6일부터 시작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등으로 하방경직성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8월 중순이후에나 3/4분기 관련 지표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정보의 공백기”라며 “반등시기가 언제일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9~10월 정도에 과매도에 따른 반발력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 뮤추얼 펀드의 환매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어 이 부분에서의 개선이 없으면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미국 시장도 단기적 등락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지금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물시장보다는 외국인의 현물 매도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쓰며 적절한 현금비중 유지가 좋다”고 권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성장률과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근거로 매수 전략을 주장하기엔 설득력이 적다”며 “보수적인 기준에서 지수 마지노선을 650선으로 설정하고 현 구간에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미국시장 악재에서 벗어나기에는 시기가 일러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설령 다우지수가 7,700선에서 지지를 확인하더라도 우리시장의 후행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매수가 당장 유입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