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침체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온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금리가 9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최근 주가하락을 향후 국내외 경기회복세 둔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채권시장의 공급물량 부족도 금리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5일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나흘 연속 급락, 9개월만에 최저인 연 5.26%로 떨어졌다. 지난해 9.11 테러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회사채 역시 연 6%대 초반까지 내려가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은 우선 시중에 자금은 풍성한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객예탁금이 3일 현재 9조3천4백84억원으로 최근 열흘새 6천1백억원 가량 감소했다. 반대로 은행 예금이나 투신 채권형펀드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다 채권시장 물량부족도 한몫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고채 회사채 등 고정금리 채권 발행액은 모두 89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8조원이나 감소했다. 김형기 삼성투신운용 채권전략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채권발행 물량이 크게 줄어 얼마 안되는 물량을 놓고 확보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예보채 발행이 전무한데다 우량기업들은 사상 최대 영업실적으로 유보한 자금이 많아 회사채 발행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가하락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금리 하락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김성민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종합주가지수와 미 국채 수익률을 채권매매의 잣대로 사용하는 딜러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