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회사측이 향후 경영실적및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밝힌 것으로 '시그널 이펙트(신호효과)'가 기대된다는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규모가 예정된 규모보다 2배가 늘어난 1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수급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자사주 매입이 상승 모멘텀으로 직결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주당 30만원선에서 주가를 버티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주가상승 효과는 제한적 =자사주 매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54% 하락, 지난 6월27일 이후 1개월여만에 32만원선이 다시 무너졌다. 외국인이 JP모건증권 창구 등을 통해 40만주 가까운 매물을 내놨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인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이 매출전망을 하향 조정한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의 실적 경고는 3분기 '백투더스쿨 이펙트(신학기수요)'가 기대에 못미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반도체 가격과 TFT-LCD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환율 요인까지 가세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 효과가 펀더멘털적 악재를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2백50만주에 달하는 해외 CB의 주식 전환도 잇따르고 있어 수급상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B의 주식전환은 발행물량 증가를 가져와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고 향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 30만원선의 버팀목 역할은 할 듯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의 주가상승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주가의 '안전판' 역할은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입 규모가 1조원에 이르는데다 지난 95년 이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이 대부분 실효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 "자사주 매입기간이 3개월로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날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로 볼 때 30만원대는 지켜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4분기 이후 '홀리데이 시즌'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할 때 상승 탄력을 가속화해 주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K증권 전 팀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지분율은 7%로 늘어나게 됐다"며 "그만큼 매물이 잠기게 돼 4분기 이후 상승 모멘텀을 가질 경우 주가회복이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세계적인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수급 부담을 고려할 때 30만원선도 안전하지 못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 민 연구위원은 "악재 요인이 자사주 매입이라는 호재보다 훨씬 강한게 현실"이라며 "30만원선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