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이틀새 30원가량 급등하며 20여일만에 1천2백원대로 올라서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주 중반만 해도 1천1백70원선에 겨우 턱걸이하며 '환율하락은 대세'로 여기던 분위기에서 이젠 과도한 오름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1달러=1천원'에 대비하라던 각종 전망들이 무색해졌다. 엔화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데다 미국의 뮤추얼펀드 환매자금이 계속 늘어 달러수요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환율 오름세에 불을 붙였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의 달러강세 분위기도 한몫했다. 외환당국이나 재계에선 일단 환율 오름세를 반기면서도 급락.급등의 냉온탕을 반복하는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외환정책에 한계를 드러낸 동시에 기업들은 환리스크 대처가 더욱 힘겨워졌기 때문이다. ◆ 왜 오르나 엔화환율이 급반등하며 원화환율 오름세를 주도했다. 엔화환율은 지난 25일 달러당 1백16엔대 초반까지 급락하다 지난 주말에는 1백18엔대 후반까지 솟구쳤고 29일 1백19엔대에 안착했다. 일주일도 못돼 3엔이상 폭등한 셈이다. 김도원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차장은 "엔·달러환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원화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엔화가 원화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증시 침체로 미국내 뮤추얼펀드의 수익률이 하락한 것도 환율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수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환매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이들에게 지급할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주요 투자회사들이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증시에서 투매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이후 보름새 외국인들은 국내주식을 8천억원 가량 순매수했지만 이달 11일부턴 1조원 정도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차익매물성 외국인 순매도 기조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외환시장에는 환율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홍콩 뉴욕 등의 역외선물환(NDF)시장 움직임도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다. ◆ 계속 오를까 그동안 환율하락에 베팅했던 외환시장에선 하루 종일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미은행 딜러는 "최근 환율이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빨리, 큰폭으로 뛸 줄은 몰랐다"며 "외환 투기세력의 경우엔 상당한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들이 '당분간 조정'을 점치고 있다. 환율 하락세는 일단 멈춘 것 같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시장 분위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한 딜러는 "1천2백원선을 오르내리며 탐색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주식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월말에 집중된 기업체의 수출대금 네고물량도 만만찮아 요즘과 같은 급격한 오름세가 지속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