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충격은 한국증시의 바닥을 빨리 확인시켜 주는 모멘텀(계기)'이란 낙관적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24일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증시 상황은 지난 1920년대의 세계대공황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 "과거 경험상 외부충격은 국내증시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대공황과는 다르다=미 증시는 지난 2000년 고점 이후 3년째 하락세다. 그동안 나스닥지수는 74.6%,S&P500지수는 46.5%,다우지수는 33.6%씩 떨어졌다. 이는 지난 29∼32년 대공황 이후의 각종 주가하락 기록(오일쇼크 당시인 73∼74년의 나스닥 59%와 S&P500 48% 하락,98년10월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지수 36% 하락등)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 증시상황이 다우지수가 89%나 폭락했던 세계 대공황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김승식 팀장은 이와관련,"대공황 때는 상당수 미국의 은행 증권사들이 파산했으며 이로 인해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됐었다"면서 현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금융사의 현재 부실채권비율은 평균 1∼2%에 지나지 않을 만큼 건전하기 때문이다. 또 엔론 월드컴 등 대기업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이 주로 채권 및 주식을 통해 이뤄져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팀장은 현재 미 증시침체는 IT경기의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부정과 대기업 파산 등에서 비롯된 투자심리 위축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충격 때 국내주가는 바닥=지난 90년대 한국증시는 외부충격을 받을 때마다 바닥권을 형성했으며 이는 주가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례로 97년말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3개월간 국내증시는 단기 랠리현상이 일어났었다. 러시아 외환위기와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LTCM 파산 등으로 전세계 금융불안이 확산된 지난 98년8∼10월 이후에도 국내 주가는 바닥을 확인한 뒤 대세상승으로 진입했다. 지난해 '9·11테러'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팀장은 "미 증시는 지난 90년대 이후 가장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으며 회계부정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될 경우 바닥을 확인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8월14일 시작되는 미 상장기업의 2·4분기 연례보고서 제출 때 CEO들의 서명작업이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달말부터 8월초까지가 미 증시의 고비가 될 것이란 게 김 팀장의 분석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