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사흘만에 반등했다. 미국 시장이 단기 과매도권에 접어들어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인식 이외에는 특별한 상승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달러화 약세가 잠시 주춤하며 환율이 1,170원대를 회복했고 나스닥선물이 강세를 보이자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저가매수 심리가 살아난 모습이었다. 프로그램 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끈 가운데 주도주와 모멘텀이 없는 내용없는 장세의 한계가 역력했다. 기관의 매수력이 제한된 터라 외국인이 다시 선물시장에서 청산에 나설 경우 프로그램 매물 충격에 대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하락 경계감이 여전한 가운데 단기 지수하락폭이 큰 만큼 시장 충격을 역으로 이용해 저점분할 매수를 권하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현물 매도세, D램 현물가 하락세, 증시자금 한계 등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여전히 바닥확인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지지선이 그어질 때까지는 단기매매에 제한함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단기 바닥 기대감 = 미국 시장의 최근 투자심리 붕괴로 투매의 극단을 달리고 있어 반등 시기가 임박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가정하에 국내 시장의 단기 바닥 형성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한화증권은 미국 시장이 지난 8일부터 전날인 22일까지 거래일수로 11일간 종가기준으로 9.11 테러 때를 능가하는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2일 종가를 기준으로 다우존스와 S&P500의 20일 이격도가 각각 87.9%와 87.4%를 기록해 9.11 테러 당시에 기록했던 84.8%와 88.4%와 비교하더라도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과매도 상태라는 것.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 증시가 22일 장중저점 이나 23일 장중저점을 반등의 출발점으로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비관이 극에 달하게 되면 증시는 우려의 벽을 오르게 된다는 말처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몸사리기나 투매보다는 반전시도를 겨냥한 분할매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격도 수준에서 단기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여전히 추세적 상승에는 회의적 시각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책임연구원은 “지수하락시마다 매수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700선을 소폭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의 반등이 나타날 경우 주중반 이전에는 기술적 모멘텀이 출현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미국시장은 이번주 실적발표를 예정한 에너지, 유틸리티 등이 2/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어닝서프라이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과매도로 추가 급락이 잠시 주춤해졌지만 바닥이 확인된 것은 아니며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환율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휴가철을 맞아 지지부진한 모습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중장기 인내 요구 = 여름 장세에 모멘텀 부족으로 바닥을 찾기위한 오랜 횡보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화 강세로 하반기 수출모멘텀이 퇴색된 가운데 그간 시장을 이끌어온 내수의 주도력도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한국시장 전략에서 모멘텀을 기준으로 볼 때 소비자 지출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 여름 기간 중에는 다소 지루한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UBS는 “시장이 반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업 이익 반등의 시점과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의 영향이 모두 소멸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달려있다”며 “근래에 주식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일정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극심한 하락 압력을 거치는데 수분기의 EPS 감소가 걸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가가 반등하는 데는 수분기 동안의 EPS 증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UBS는 한편 "외국 투자자들은 일단 미국 증시의 바닥을 확인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자 할 것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주식 시장의 수준은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원증권은 미국 증시의 반등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약세장 유형이 지난 73년 형과 유사해 약세국면이 70년대와 마찬가지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증시 하락은 20년 내외의 증시의 장기 강세장과 10년에 가까운 경기확장 국면 이후 찾아온 약세장이라는 점에서 70년대와 유사하다는 것. 또 70년대에는 니프티 50, 90년대엔 IT부문의 고평가가 극대화되어 전체 증시의 버블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70년대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를 한계로 10년간 횡보했듯이 이번에는 다우 10만선이 저항벽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