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해외시장 급락에 속수무책이다.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시장이 흔들리면서 금융 위기의 전세계적 확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실회계 스캔들 확산, 경기회복 지연, 기업 실적 둔화 우려, 증시자금 대거 유출, 중동긴장 고조 등 제반 위험이 미국 주식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다우지수 7,800선이 붕괴됐고 나스닥시장은 1,300선 아래로 내리며 새로운 하락 기록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미국 경제 위기와 원화강세로 수출 감소 우려가 높아지며 하반기와 내년 경기 동향을 걱정스럽게 주시하고 있다. 700선 지지 공감대가 힘겹게 유지되고 있으나 한미 증시 차별화 논리가 퇴색하면서 지수의 레벨다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다. 기업연금제 조기도입,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신종증권 발행 허용 등 정부의 증시수급안정 대책은 당장 시장을 이끌만한 실효성이 의문시 되며 실망감만 가중시켰다. 다만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의 소진으로 기관의 매수여력이 보강됐고 해외 시장이 호전 기미를 보일 경우 기술적 반등가능성은 남아있다. 모멘텀 부재의 상황이라 지지선 구축 여부를 주목하면서 덜오른 내수주와 낙폭과대 우량주 중심의 단기 대응에 국한하고 방어적 전략을 유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 미국증시 바닥은 어디 = 미국 시장은 지속적인 급락세로 저가 매수세가 실종되며 심리적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다. 다우지수는 월드컴이 사상최대 규모의 파산신청을 내고 통신주 사우스벨의 실적 경고가 나오며 지난주말에 이어 폭락세를 연장했다. 바닥가능성과 추가하락이라는 의견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다우지수가 6,500선 밑으로 내려 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이 지난주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하며 9주 연속 감소하는등 수급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기업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서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모습이다. 이번주 인터넷, 통신서비스, 네트워크 장비, 화학 업종의 대표기업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전망 하향조정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다. 5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예상치 354억달러를 상회한 376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달러화 약세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주 발표된 경기선행 지수의 상승세 둔화,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 둔화로 하반기 계절적 수요에 의한 경기반등 기대는 더욱 약화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주식시장 급락이 소비감소를 유발하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도 있다는 것.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2/4분기중 회복기조를 지속중인 미국 실물경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가 발표되는 8월 중순 이후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계속될 것인지와 2/4분기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였던 미국 소비경기가 3/4분기 중 위축세로 반전될 것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8월 중순까지 주요기업의 결산에 대한 수정과 정정이 이어진다면 다시한번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회계불신의 진짜 고비는 8월 중순이 될 수도 있다는 것.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미국시장의 버블 후유증인 부실 채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은 물론 금융파생 상품 시장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미국의 금융시장 위기가 신용경색까지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연구원은 “아직 버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감소를 커버한다면 급격한 소비위축을 피할수 있다"며 "약화되기는 했지만 경기회복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가 바닥권 형성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 전저점 감안한 보수적 대응 = 미국시장 불안, 수출모멘텀 감소, 투자심리위축, 유동성 부족 등을 제반 요인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다. 특히 미국발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어 증시 돈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의 매매 방향과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한 등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LG투자증권 김정환 연구위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서 보듯이 한국과 미국의 기업실적이 3/4분기와 4/4분기로 갈수록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지난 6~7월 반등은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고 향후 700선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도가 아직 크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본격화될 수 있다”며 “미국 시장 약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시장의 반등모멘텀이 약화되며 지지요인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기업회계 불신, 수익문제, 경기, 환율 등 악재가 산적하고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전날 하락은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거의 없어 충격이 적었던 모습이며 8월을 넘기까지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반등 가능 지수대까지 하락해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이날 사들인 선물을 다시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