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도 미국발(發) 충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의 미 증시 급락 여파가 그대로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33.72포인트(4.47%) 급락한 720.90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6.11% 떨어졌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미국시장의 '검은 금요일' 충격이 '검은 월요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퍼지면서 동반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국내 증시의 불안 양상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공세가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발 충격에 비하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 외국인 사실상 순매수 외국인은 이날 현물시장에서 5백2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1천4백24억원(3천1백계약)을 순매수했다. 실제로는 9백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한 셈이다. 이원기 메릴린치 서울지점 상무는 "지난 주말 미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데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외국인 움직임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 증시가 급락했을 경우 외국인은 다음날 한국시장에서 평균 1천억∼2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해 왔다. 실제 지난해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 하룻동안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만 1천2백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했었다. 외국인 매도세가 사라진 데는 국내증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대표는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 저평가된 주가, 기업실적 증가세 등 한국 증시 여건이 미국 증시와 분명 다르다는 점이 외국인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3.1%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에서 이상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율하락도 외국인 매물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원화강세) 원화표시 주식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 투자심리 위축이 주범 이날 외국인의 긍정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투자심리 위축과 국내 수요기반이 취약한 때문이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미국발 금융공황 등의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투자가의 수요기반이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소량의 매물만 쏟아져도 주가가 힘없이 미끄러졌다. 이날 거래대금은 2조9천억원으로 지난 7월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미 증시 안정이 관건 살로먼스미스바니(SSB) 증권의 필립함 전무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미 증시의 바닥 확인을 기다리며 매수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2분기 실적 등을 미뤄보면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미국 시장의 바닥이 확인될 때까지 공격적인 매수는 유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다우지수 8,000선 지지여부가 단기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