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M&A(기업인수합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M&A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구조조정과 내실화에 치중했던 전략에서 성장전략으로의 방향선회를 시사하는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구조조정본부 재무팀내에 전자와 증권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M&A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내외에 매물로 나온 기업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삼성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해 M&A대상 기업을 찾고 있다. 이 태스크포스는 계열사들의 M&A를 그룹차원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와 관련,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사업에 이익이 되고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있으면 M&A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태도변화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회사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M&A를 검토하라고 지시한데다 지난 5월 SK텔레콤의 KT지분 인수가 촉매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기술과 인력을 도입하거나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방법도 좋지만 해외의 선진기업들은 기업인수를 통해 회사가치를 키우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특히 SK가 KT지분을 10%이상 전격 인수하자 "기업들이 거액을 들여가며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배경에 대해 치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삼성에는 M&A를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M&A에 대해 관심을 높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4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등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영기조에도 점진적으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M&A를 통해 회사가치 증대와 성장을 추구하려면 긴축기조를 어느 정도 수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당초 3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8천8백억원으로 증액했으며 계속해서 큰폭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차입금 축소,적정 유동성 확보 등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해왔다. 올해도 부채비율 1백% 초과기업에는 부채비율을 10%포인트 이상 개선하고 투자도 내부유보의 50∼80% 이내에서 하도록 계열사에 요구했다. 삼성은 지난 95년 세계 6위의 PC업체였던 AST사를 인수했다 실패한 이후 중소규모의 업체 인수 외에는 M&A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성택·이심기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