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더 이상 킹(King)이 아니다.' 달러 가치가 유로화보다 낮아지고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해온 '강한 달러'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는 15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1달러=1유로'의 등가(等價)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0083달러까지 급락했다. 반면 지난 1999년 1월 유로당 1.1828달러로 출범한 뒤 2000년 10월 0.8274달러까지 폭락했던 유로화는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유로가 2차대전 후 달러가 독점해온 국제 기축통화의 역할을 나눠 가질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킹 달러(King Dollar)'란 말을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달러는 이날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지속,전날 뉴욕시장 종가인 달러당 1백16.32엔보다 다소 낮은 1백16.20엔 근처에서 거래됐다. 달러화는 장중 한때 1백16.05엔까지 떨어졌으나,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이 "엔이 달러당 1백15엔까지 오르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말한데 영향받아 하락세를 일단 멈췄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증시가 살아나지 않는 한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