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찬바람이 불 조짐이다. 감자(減資) 후 거래가 재개되는 주식의 시초가 산정방식이 바뀐 이후 해당 매각대상 기업의 장내 주가가 낮게 형성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초가 산정방식이 동시호가 방식으로 바뀐 이후 이날 첫 거래된 삼익악기 주식(액면가 5백원)은 주당 9백8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불과 열흘전만 해도 시초가 산정방식이 종가(4백50원)에 10 대 1의 감자비율로 결정됐기 때문에 4천5백원부터 거래됐어야 할 주식이 9백80원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삼익악기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입찰을 통해 지난달 대주주가 스페코 컨소시엄으로 바뀐 뒤 이날 증시 매매가 재개됐다. 이날 삼익악기 주가는 상한가인 1천1백25원으로 마감됐지만 투자 메리트가 급속히 떨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구조조정회사(CRC)의 한 관계자는 "삼익악기 주식은 매매가 재개되기 전에 장외에서 1천2백∼1천3백원에 시세를 형성했다"며 "막판 상한가로 올라선 것은 이들이 물량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장외투자자들은 법정관리 기업이 새 주인을 찾은 뒤 주식의 장내거래가 재개되면 주식을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기대로 투자대열에 합류해왔다"며 "이들이 발길을 돌리면 기초 투자층이 엷어져 기업구조조정 시장도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과열됐던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시초가 산정방식 개선으로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