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한미은행장이 기업지배구조 모범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 투명경영과 주주중시 경영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데 적극 노력했던 점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5월 취임하면서 이사회 운영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유명무실했던 이사회를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바꿔 놓았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다. 하 행장은 이를 위해 우선 이사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했다. 13명의 이사회 멤버중 절반을 훨씬 넘는 9명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또 사외이사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령 하이닉스반도체 여신 처리문제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프리젠테이션을 개최했다. 나아가 이사회 안건을 10일 전에 배포해 충분한 검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요식적인 절차 또는 거수기에 불과했던 이사회를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 행장은 또 총 12회의 이사회중 5회는 사이버상에서 개최해 보다 많은 사외이사의 참석을 유도했다.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에 안건별 반대의견과 이유 등을 명기하도록 했다. 한미은행의 이같은 이사회 운영방식은 그동안 행장 1인이 전권을 행사했던 국내 은행경영 풍토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월 홍콩에서 발행되는 금융전문지인 'The Asset'이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미은행이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던 것도 이같은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하 행장은 투명경영뿐만 아니라 주주중시 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CEO로도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주주들이 발언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경영진들이 여과없이 일반 주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설명회(IR)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수차례에 걸친 해외 IR는 하 행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열정을 보였다. 하 행장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능력.성과 위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은행조직문화에도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의 경우 실적 위주로 개편했다. 즉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이사회에서 정한 목표(수익성 자산건전성 효율성지표 등)에 맞춰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경영방식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01년 6월말 6.7%였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3월말 2.6%로 감소했으며 연체비율도 3.6%에서 2.1%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올 1.4분기 당기순이익은 9백2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1천9백50억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한미은행은 지난 4월 말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이후 은행권 최초의 DR 발행이다. 당시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발행계획 물량의 2배에 달하는 청약자들이 몰렸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등 객관적인 경영지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기업지배구조등 경영 선진화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 [ 한미은행의 지배구조 개선 ] 이사회 제도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13명중 9명이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10일 전 배포 .사외이사 직무 수행을 위해 외부 전문가 지원 .이사회 의사록에 반대의견 및 이유 명기 .사이버 이사회 활용 주주중시 경영 .연간 8회 실시한 IR중 은행장이 3회 직접 참석 .홈페이지에 주주 발언대 설치 조직문화 쇄신 .연공서열 인사제도->능력.성과 위주 인사제도 .능력있는 외부 전문가 적극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