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오갑수 부원장은 "세계 교역에서 미국의 비중이 줄고 있으며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세계금융 자본시장에서의 자본이동은 달라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시장과 미국시장간의 차별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오 부원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나스닥시장의 급락은 테러 등 국제 정치적 불안과 엔론 및 월드컴의 회계부정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휴가철을 앞두고 펀드매니저들이 롱포지션(long-position)을 정리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증시는 견실한 성장률과 기업실적 호전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데도 주가는 저평가돼 있어 미국증시와는 차이가 크다"며 "앞으로 미국시장과의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오 부원장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국내 상장사의 2분기 실적을 추정해본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0.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순이익률은 12.9%,10.8%로 전년 동기보다 4.2%포인트와 1.0%포인트 높아졌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총투자액 중 80%를 차지하는 이들 기업이 양호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이들 20개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는 18.36배에 그쳐 미국(38.07배)이나 일본(75.43배)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미국기업의 잇단 회계스캔들이 한국증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오 부원장은 "한국은 기아 한보 대우 등 분식회계로 인한 홍역을 미리 겪으면서 회계투명성을 위한 강력한 통제환경을 구축했다"며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 논의중인 공적감리제도를 도입했으며 미국에서도 포기했던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