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작년 경기침체 때와 유사한 금리 급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세계적인 금리 동반 하락세가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미국 주가 폭락->국내 주가 폭락->국내 금리 하락'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있어 시장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6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일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연 4.0%→연 4.25%) 직후인 지난달 8일 연 6.38%를 기록한 뒤 이날까지 0.9%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하반기 7% 안팎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데도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 진앙지는 미국 미국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최근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추가 테러위험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미국 주가하락과 국채 수요 증가(금리하락)로 이어지고 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20%를 넘는 한국에 그 파장이 즉각 미치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동조화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 윤면식 한은 정책총괄팀 차장은 "미국 경제 불안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수급 불균형도 한몫 지난해 정부는 국고채와 외평채 등을 합쳐 매달 3조원 이상의 장기 채권을 발행했다. 올들어서는 재정자금 수요가 줄어 국채 발행을 축소, 월 평균 2조원 안팎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게 고작이다. 예보채 신규 발행도 중단된데다가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권 공급이 크게 축소됐다. 이와 함께 금리 상승을 예상했던 일부 은행들이 금리 스와프시장에서 금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채 선물 및 현물 매수를 확대한 점도 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에는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고 풀이한다. 미국발 회계부실 사건과 추가 테러 위협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난 4.4분기 이후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들은 좋게 나오고 있어 경기 회복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장태민 동양증권 리서치팀 차장은 "주가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주가와 연동된 금리 역시 연 5.50%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는 7월 중순 이후부터는 상승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