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210원을 지지하지 못하고 장중 18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달러화 약세가 심화됐으며 달러/엔 환율은 120.30엔대로 폭락했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을 기대하면서 '고점매도'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완연하다. 월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예상보다 네고물량 공급도 많지 않고 40포인트 가량 주가 폭락 등도 다소간 낙폭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엔/원 환율은 이에 따라 100엔당 1,000원대를 회복했다. 시장은 환율 하락 분위기가 완연한 가운데 오후에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개입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물량을 내놓겠다는 의사와 네고물량 공급 기대감도 자리잡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50원 내린 1,211.2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1.60원 낮은 1,212.10원에 개장한 환율은 개장직후 1,210.40원까지 밀린 뒤 달러/엔 반등으로 9시 34분경 1,212.40원까지 되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매물부담과 달러/엔 반락 등으로 차츰 반락한 환율은 10시 25분경 1,206.60원까지 내려 지난 2000년 12월 20일 장중 1,209.50원까지 내려선 이래 최저치까지 도달했다. 이후 환율은 추가 하락이 저지된 채 1,210원을 축으로 위아래 소폭 횡보했다.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달러화 약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에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날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시장은 네고물량 공급이 많지 않고 국책은행 등의 매수세 등으로 1,210원을 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상존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개입 경계감으로 1,210원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으나 달러/엔이 120엔 지지강도를 테스트 받는 중에 BOJ의 개입이 나올 때 팔겠다는 의사가 충만하다"며 "오후 거래는 1,205원까지 흐를 여지가 있고 위로는 BOJ 개입이 나와도 1,213원 이상 어렵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5,000만달러 이상의 결제수요가 일부 있으나 역외에서 하루일찍 어제 NDF정산관련 매수에 나서 오늘은 역내 매도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 중 이달 3억달러 만기분이 있어 상환을 위해 달러공급을 않고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통상적으로 나올 물량이 내일 쯤이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BOJ 개입이 나오면 팔겠다고 기다리고 있으나 개입이 안 나오면 서서히 달러되팔기(롱스탑)으로 밀릴 장세"라며 "1,215원 이상에서는 달러매도(숏)에 나서는 것이 유효하며 오후는 1,206∼1,213원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뉴욕에서 증시와 맞물린 움직임을 보이며 121.32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추가 하락이 제한되는 듯 했다. 그러나 G8 정상회담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중인 부시대통령이 "환율은 시장세력과 경제여건에 의해 결정된다"며 "달러화가 시장의 힘에 의해 적정 환율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고 언급, 달러화 매도를 급하게 부추겼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121엔을 단숨에 깨고 120.20엔까지 도달하는 등 낮 12시 13분 현재 120.35엔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9억원, 1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