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경기의 모멘텀 약화가 증시의 발목 잡고 있다. 인텔 AMD 애플컴퓨터 등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에 실적 부진 전망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세계 IT업계의 "맏형" 격인 미국 기업의 실적경고는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기술주와 증시에도 큰 짐이 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외국인이 이달19,20일 연속 국내증시에서 매도규모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늦어지는 IT경기 회복=IT 업체들의 실적개선 지연은 PC(개인용컴퓨터)업체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PC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반도체 등 IT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램업체에 대한 미 법무부의 가격담합 조사도 PC메이커들이 반도체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작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설비투자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1·4분기 1조8백77억달러에 달했던 미국 기업의 IT투자 지출액은 줄곧 내림세를 타면서 4분기에 1조56억달러로 줄어든데 이어 올 1분기에는 9천9백97억달러로 떨어졌다. 동양증권 박재훈 투자전략팀 차장은 "미국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어 이익이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 2,3분기가 지나고 나서야 IT투자 지출을 늘려왔다"면서 "IT투자는 빨라도 올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어두운 실적 전망=인텔 애플컴퓨터 AMD 등 간판 기술주들이 어두운 실적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기업인 인텔은 지난 7일 2분기 실적전망치를 하향,증시에 충격을 줬었다. 애플컴퓨터가 3분기(4∼6월) 실적부진을 경고한데 이어 미국의 2대 반도체칩메이커인 AMD도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함께 노키아가 수요감소와 기업의 지출 둔화로 하반기 매출성장 전망을 당초 15%에서 10%로 낮췄다. 삼성전자를 뺀 국내 IT기업들의 실적도 둔화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휴맥스를 비롯한 21개 IT기업의 매출액이 지난 3월 5천7백33억원에서 4월 5천5백43억원으로,5월에는 5천4백12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8월 이후에나 IT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미 증시가 IT기업의 실적악화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들어 매도강도가 약해지고 지난 14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기도 했던 외국인이 전날부터 매도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2천7백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거래소시장에선 전날 1천5백억원에 이어 이날엔 2천4백58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15일 2천5백79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외국인 순매도의 47%(1천1백56억원)가 삼성전자에 몰렸다. 삼성전기 국민은행 SK텔레콤 LG화학도 순매도 상위종목에 올랐다. 반면 한국전력 포스코 등 원화강세 수혜주와 태평양 하이트맥주 등 내수우량주 등은 소폭 매수우위를 보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