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중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불을 뿜는 지구촌 축구전쟁의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국내방송의 `월드컵 득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드컵 경기 중계를 동시에 하고 있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무엇보다 광고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도 시청률이 광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방송3사는 한국전 3경기 중계방송 시간대에 1경기당 15분씩의 광고로 각각50억원대의 광고수익을 거둬들인다. 한국팀의 16강 진출 티켓의 향방을 점치게 할 10일 미국전 경기 중계시간대에 60개의 광고로 무려 18억(KBS, MBC), 17억2천만원(SBS)의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포르투갈과의 14일 경기 중계때도 같은 금액으로 이미 광고시간이 모두 팔린 상태이고,폴란드와의 첫경기에서도 같은 재미를 봤다.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대에 책정된 광고단가는 KBS, MBC가 3천만원, SBS가 2천800-2천900만원대로, 1천만원 안팎인 평소 광고단가의 3배에 달한다. 여기에다 한국팀이 꿈에 그리던 16강에 진출하게 되면 사정은 더 나아질 게 틀림없다. 결국 `히딩크 사단'의 선전이 방송3사에는 `월드컵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태극전사들이 폴란드를 첫 상대로 맞아 깨끗한 승리를 이끌어내 16강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팀이 출전하는 나머지 2경기의 광고시간이 곧바로 팔린 것만 봐도 잘 알수 있다. 각 방송이 월드컵 중계를 위해 새로 개발한 다양한 방송기법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도 큰 소득으로 꼽힌다. 앞으로 중계방송의 지평을 한단계 높일 수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KBS는 개별선수의 신상과 각국 대표팀 등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실시간 데이터방송'을, MBC는 컴퓨터 장비를 이용해 각 팀의 공격과 수비형태 및 전술등을 소개하는 `사커 스크린'을, SBS는 선수들의 움직임 등 분석자료를 실시간 제공하는 `실시간 축구통계프로그램'을 과시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단순한 평면화면 대신 3D 애니메이션 기법이 동원된 경기해설을 시청하고, 버추얼(가상) 이미지와 그래픽이 가미된 화면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신기술 덕택이다. 그러나 방송3사가 사전역할 분담없이 64개 전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는 중복편성을 마다하지 않고 광고수익에 집착한 것은 전파낭비인데다 채널선택권을 제약한 것일 뿐 아니라 시청자부담을 가중시킨 처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있다. 일부 드라마와 교양.오락 프로가 편성에 밀려 아예 조기에 막을 내리거나 일시중단되는 등 피해를 입으면서 마니아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이런 중복편성의부작용이다. 여기에다 이번 월드컵 중계를 통해 새롭게 시도된 고화질(HD) 디지털방송이 당초 큰 기대를 모은 것과 달리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평가다. 기존의 TV로는 고화질 방송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나 고가의 HDTV수상기가 폭발적으로 보급되지 않고 있고, 한 경기당 20여대의 카메라를 투입하는 주관방송사(HBS)와 달리 24경기를 제작하는 국내 HD방송은 8대를 투입하는데 그쳐 다양한 화면을보여주지 못하는 등 한계가 적잖은 탓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