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4개월만에 월간실적 140억달러를 돌파하며 회복기조를 다졌지만 환율 급락과 반도체가격, 통상환경 악화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하반기에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월 수출실적을 보면 주요품목별로는 석유제품과 섬유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고 지역별로도 일본을 뺀 주요시장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수입의 경우 4월 이후 자본재 수입량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소비재는 경기회복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올들어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흑자 16억달러 = 5월 수출 증가율은 4월의 9.2%에 비해 둔화된 7.8%로 나타났지만 수출규모는 4월의 132억3천600만달러에서 143억4천300만달러로 늘었다. 14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작년 3월(141억2천500만달러) 이후 처음으로, 올들어1-2월에 110억달러대에 머물다가 3-4월에는 130억달러대로 올라선데 이은 것이다. 이는 최근의 수출이 양적으로도 늘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작년 5월에 비해 통관일수가 1.7일 가량 많았다는 기술적인 요인의 영향도 있었다. 무역수지가 16억2천400만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작년 5월(17억5천200만달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를 보인 것은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환율의 추가하락을 전망한 업계가 수출은 앞당기고 수입은 미루면서일어난 현상이라고 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미 수출 활기=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가 30%가 넘는 성장세를이어갔고 가전제품도 15%에 육박하는 증가율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인 반도체도 7.7% 증가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도 수출단가 상승세 힘입어 3% 안팎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던 철강의 경우 8천만달러 규모의 대형 철구조물이 수출되면서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반전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반면 석유제품은 40% 가까이 감소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않았다. 다만 섬유류는 3.6% 줄어든 것으로 추정돼 감소세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섬유류와 신발, 완구, 가죽제품 등 경공업분야의 경우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5월20일 현재 5월 수출이 일본을 제외한 주요지역에서 모두 늘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4월(13.6%)에 이어 21.9%나 늘었고 중국(24.7%), 중남미(51.5%), 중동(39.9%) 등 `3중시장'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연초부터 엔저현상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경우 9.2% 감소했지만 1.4분기(-29.6%)와 4월(-12.6%)에 비해 감소율이 둔화됐다. ◆환율이 향후 최대 변수= 환율 하락은 바로 수출업계의 채산성악화를 불러오기때문에 1천220원대까지 주저앉은 원.달러 환율은 바로 수출전선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13일의 1천332원에서 불과 한달 반만에 100원 이상 떨어진 셈이다. 5월 수출입도 어떤 형태로든 환율의 영향을 받은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향후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가격 경쟁력이취약한 경공업 분야가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산자부는 보고 있다. 특히 하반기 우리 경제의 호조가 절상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원-엔의 동조현상마저 깨지면서 일본제품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 제품의 경쟁력까지 흔들리는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단가가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세계교역의 보호주의 장벽이 지난 3월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를 시발점으로 높아지고 있는현상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산자부는 그러나 작년 7-8월 수출이 각각 110억달러대에 그치고 9-11월에도 120억달러대에 머물며 극심한 부진을 보인 점에 비춰 현재의 수출기조만 유지될 경우하반기에는 두자릿수 증가율을 시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