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이 입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하락에 보조를 맞췄던 움직임이 느슨해 질 요량이면 수급상 공급우위의 장세가 여지없이 바톤을 이어받고 있는 형국. 대내외 요인이 박자에 맞춰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환율 하락 추세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이정도면 저점이겠거니'하고 확인하려던 절차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아래쪽 테스트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하락 위험도 함께 점증하고 있다. 거침없이 가라앉는데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팽배해지고 있으며 주변국간의 공조 가능성도 부각될 여지가 있다. 이번주(5.27∼5.31) 환율은 월말을 목전에 둔 네고요인을 안은 채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과 일정 부분 동조화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1,230원대로의 진입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압도적이다. 다만 이미 실탄투입에 나선 일본 외환당국의 방어의지와 강도가 국내 외환시장까지 영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손 안대고 코풀던' 한국 정부는 달러/엔과의 괴리감 발생 여부에 촉각을 세우면서 직간접 개입여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1,230원대 사정권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4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번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34.36원, 고점은 1,252.93원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41.80원, 고점인 1,260.00원에서 위아래로 하향 진단, 환율 하락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래쪽으로 1,235∼1,236원에서 저점을 기록할 것이란 견해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5명의 딜러가 지난해 2월 21일 장중 저점이었던 1,232.50원을 타겟으로 1,230∼1,233원까지 내려설 것으로, 나머지 2명은 1,240원이 정부 인내심의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7명의 딜러가 1,255원을 고점으로 예측했고, 6명의 딜러가 1,246∼1,250원을 반등의 한계로 예측했다. 소수의견으로 1명이 아래쪽이 막힐 경우 강한 반등을 띠면서 1,260원까지 올라설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환율은 1,240원대로의 진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며 15개월 최저치 경신을 거듭했다. 5거래일동안 지난 21일을 제외한 나흘이 하락했으며 전주와 비슷하게 주 후반 낙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심리적인 저항선이었던 1,250원이 손쉽게 무너지면서 공급우위의 공세를 맞아 환율은 낙폭확대를 거듭, 15개월 최저치인 1,243.2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달러/엔의 하락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일본 외환당국의 두 차례에 걸친 엔 매도개입이 있었으나 강한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 네버 스탑(Never Stop) = 지난달 12일 1,332원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6주동안 하락 가도를 달렸다. 곳곳에 배치됐던 지지선을 차례로 무너뜨리면서 이 기간동안 무려 88.80원에 이르는 다이어트를 실시했다. 달러/엔 환율과 네고물량의 '쌍두마차'가 '따로 혹은 같이' 행보에 나선 데 따른 것이었다. 달러/엔은 지난주 다이나믹한 진행 과정을 보였다. 장중 두 차례나 123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엔은 일본 정부의 직접 개입을 계기로 일단 추가 하락은 제지됐다. 2번에 걸쳐 일본 외환당국은 10∼3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엔화 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 숨을 돌린 달러/엔은 속도조절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125엔 이상이 무거운 레벨임을 인지하고선 추가 하락의 빌미를 잡기 위한 흐름이 예상됐다. 지난주 말 달러/엔은 124엔대로 반락, 앞선 달러/엔의 상승이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에 의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5.6%를 기록, 앞선 4월의 잠정치인 5.8%나 월가 예상치인 6.0%를 밑돌아 향후 미국 경제 회복속도가 다소 완만할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124엔에서 달러/엔의 추가하락을 막고자 하는 의사를 표명, 경계감은 강화된 상태이며 일본과 미국 경제의 격차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달러/엔의 추가 방향 결정에 이정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러/원은 당장 국내보다 일본에서의 개입 여부에 더욱 시선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엔이 124엔을 뚫고 내려서지 않으면 달러/원도 독자행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된다. 한미은행의 고상준 딜러는 "일본 개입도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여 속도조절이 됐다"며 "달러/엔이 124엔을 못 뚫으면 1,240원은 지지될 가능성이 크며 달러/원이 독자적으로 먼저 내려설 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수준의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990원이 깨지지 않는 이상 달러/원이 1,230원까지 흐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업체 네고물량은 본격적인 하락기를 맞아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시장의 물량부담을 가중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융단폭격?가했던 흐름의 지속여부가 하나의 관건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월말 장세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대기업 등의 큰 물량이 상당규모 출회됐기 때문에 얼마나 더 나와줄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미처 팔지 못한 달러를 매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공급우위의 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견해. 역외에서도 상당 규모 매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하락 부담 및 개입의 효과 = 시장 분위기나 추세는 아래쪽으로 기울어 있음이 명확하다. 그러나 추가 하락의 폭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중적인 시장의 심리도 함께 도사리고 있다. 그 동안 하락 가도를 달릴 동안 시장전망의 방향은 늘 아래쪽으로 일치했으나 그 속도나 낙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측을 넘어선 환율의 움직임이 시장 참가자들의 당혹감을 가중시켰으며 이번주 중 조정 여부를 놓고 시장내부의 눈치작전이 치열해 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추가 하락의 지속과 조정 사이에서 조심스런 판단의 기준으로 지목되는 지점은 1차적으로 1,240원이다.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2월 21일 장중 저점으로 기록된 1,232.50원의 하향 여부로 이는 지난 4월 연중 최고치인 1,332원에서 100원 가량 내려선 지점이다. 조정 기대감은 이 선까지의 추가 하락보다 1,235원에서 머물 가능성도 있으며 1,240원이 지켜질 것이란 견해도 소수지만 있다. 신한은행의 최정선 딜러는 "정부 개입이 크게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240원을 바닥으로 보고 있다"며 "달러/엔이 124엔 밑으로 가면 일본에서도 개입할 것으로 보이고 시중 물량도 어느정도 흡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기제는 정부의 개입여부와 강도이다. 추가 하락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는 고민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주 월드컵개막을 앞두고 예행연습차 한일 정부가 공동 개입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시장 경계감은 팽배해 있다.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물량을 흡수해 줘야 한다. 그러나 방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개입의 강도를 높일만한 명분은 크게 없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의 흐름속에 원화만의 일방 통행이 아니고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개입 부담감이나 이유를 희석화시키는 것.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물가상승 압력의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내색을 않을 뿐, 자연스레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내비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