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약세(원화강세)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 전망이 잇따르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적인 수출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지수급락에 앞장섰다. 삼성전자는 3.8% 하락,3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틀째 급락세를 보여 60일이동평균선(36만6천1백58원)을 뚫고 내려갔다. 현대자동차와 삼성SDI는 각각 8.1%와 7.9% 가량 폭락했다. 국내 수출주가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에 따른 수출경기 회복지연 및 기업실적 악화 우려감 때문이다. 실제 삼성증권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50개 업종대표기업을 대상으로 원화강세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연말 원·달러 환율 예상치가 1천2백50원에서 1천1백50원으로 내렸을 경우 50개 업체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8.8%와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3.9%와 12.3%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섬유 조선 전자 건설업의 순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철강 정유 항공·해운업은 원화강세로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50개 조사대상 기업을 기준으로 할 때 자동차와 섬유업종의 순이익은 39.2%,26.0% 줄어들고 정유와 항공해운업은 24.3%,1백43.6%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서비스업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 변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에 대외 변수가 불안해도 주가가 안정적일 수 있다"면서 "국내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의존형 성장추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이라면 비수출 관련 제조업체들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원론적으로는 원화가치가 절상되고 달러화가 하락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낫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환율동향이 원화보다는 달러화의 요인에 의한 현상인데다 미 경기와 증시가 불안해 외국인이 선뜻 매수세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