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이 1998년 부도를 낸 지 4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쌍방울 매각은 매각방식과 가격에서 대형 부실기업 처리의 성공적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초 2차 입찰 당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던 애드에셋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됨으로써 그동안의 잡음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과정에서의 쌍방울 법정관리인 교체 등 잡음은 현행 법정관리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란 시각도 있다. ◆ 경쟁입찰.분리매각 =쌍방울 최종 입찰에 참여한 애드에셋과 코러스 모두 인수제안서를 마감 시한 10분 전에 제출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양측 모두 2개의 제안서를 준비, 마지막 순간 고가의 제안서를 제출한 것 같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권단이 이번에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내용이 우량하기도 했지만 최종 낙찰 시점까지 2개사 경쟁체제가 유지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측은 최종 순간까지 상대편이 써낼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업계와 채권단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3천억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채권회수율을 그만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쌍방울은 이에 앞서 매각에 걸림돌이 되는 쌍방울개발(무주리조트 운영)을 우선 매각함으로써 본사 매각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이같은 분리매각 방식은 과거 한신공영의 건설 및 유통부문 분리 등에서도 활용됐으며 부실기업 처리의 한 모델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 법정관리제도 문제점은 해결돼야 =그러나 쌍방울 매각을 일단락짓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법정관리제도의 문제점이 불거져 나오는 등 구조조정시장을 불안케 하는 마찰 요인들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우선 법정관리인 선임 문제다. 2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매각을 주도하는 법정관리인이 채권단의 동의도 받지 않고 곧장 법원에 후보를 선정해 추천함으로써 채권단의 반발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법정관리인 해임을 건의하기도 했고 입찰 과정에서 중도 탈락한 컨소시엄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채권단에 통제권이 주어져있지 않다보니 자칫 법정관리인이 독단을 부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일각에서는 애드에셋 컨소시엄이 쌍방울이라는 대기업을 경영할 만한 전략적 투자자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구조조정시장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볼 때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의류업체인 네티션닷컴이 컨소시엄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기업 매각에서는 경영 능력이 검증된 전략적 투자자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