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워버그증권 파문"으로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실 이들의 리포트는 일반투자자들과 관련이 깊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증권사는 개인대상의 소매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때문에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는 이들 증권사와 거래하는 투신 등 국내 기관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만 유통되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외국계증권사의 리서치 조직이 본격 가동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한국 증시 규모가 커지고 투명해진 데다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외국인 투자대상 기업이 늘면서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교포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인이다. 한 증권사에 10명 이내의 애널리스트가 있으나 외국인은 기껏해야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리포트 작성방식은 국내 증권사와 다르다. 다국적 기업인 외국계 증권사는 통상 미국 본사와 지역 본부,그리고 국가별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본부는 대부분 홍콩에 있다. 지역 본부에 상주하는 산업별 리서치 총괄의 책임아래 리포트가 발간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별 조직에 있는 애널리스트는 지역리서치 총괄의 지휘아래 리포트를 만든다. 이렇게 리포트가 작성됨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는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주요 업종에 대해선 세계시장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업종 분석이 강하다는 평도 이래서 나온다. 지난 95년 당시 메릴린치 미국 본사의 반도체 담당 리서치 총괄이었던 토미 클락은 95년8월 반도체가격 하락을 예측했으며 그 후 반도체가격은 98년까지 떨어졌다. 그 당시 아시아본부에서도 이에 맞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등급을 낮췄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전기전자 통신 철강 화학 등에 몰려있다. 반도체·전기전자업종에서는 이번 파문의 주인공인 조너선 더튼(워버그)을 비롯 구본준(SSB) 김동완씨(메릴린치) 등이 유명하다. 워버그증권 의 더튼은 아시아지역의 반도체 담당 리서치 총괄로 알려졌다. 외국계 애널리스트에게도 어두운 면은 있다. 우선 수명이 짧다.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해야 하는 조건도 따라 붙는다. 또 계약직으로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몸값이 올라가지만 시황이 악화되면 해고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역 본부의 리서치 총괄과 의견이 충돌할 때도 떠나야 한다. 일정 기간내?아시아머니?등 언론이 발표하는 애널리스트 순위(해외투자자의 인기투표)에 들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물론 능력있는 애널리스트는 여러 증권사로 옮겨 다니면서 몸값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름난 애널리스트가 통상 연봉 50만∼60만달러를 받는다. 그것도 업적에 상관없이 보장받는 부분과 인센티브로 나뉘고 인센티브가 절반을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따라 무리한 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등급을 자주 바꾸거나 목표가를 '뻥튀기'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이 투자등급을 자주 바꾸면서 해당 회사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98년 하이닉스와 ING베어링이 리포트를 놓고 다툰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워버그를 조사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의뢰했다. 이들에 대한 국내 펀드매니저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양유식 LG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글로벌 시각에서 국내 기업을 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해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있어 참고가 된다"면서도 "최근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조직이 성장하면서 실질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