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사흘만에 반등하며 820선을 회복했으나 향후 시장은 여전히 조정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은 지난주 후반 장을 자극한 워버그 창구의 매물 출회가 계속되고 미국 나스닥지수도 다시 급락했으나 국민연금의 자금투입 소식에 기관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했다. 외국인도 선물 시장에서 단기 매도포지션을 급하게 줄이면서 순매수 규모를 6,000계약 이상으로 확대,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도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자금투입에 대한 연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외국인의 현물 매도가 지속되면서 여전히 미국 시장 불안과 함께 수급 상황에 대한 안정감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세계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에 충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 수급 우려감 여전 = 5월물 옵션 만기를 앞두고 생겨났던 가격부담과 수급악화 우려감 중에서 수급악화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먼저 외국인의 현물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1,238억원을 순매도, 지난 9일 이래 사흘째 다시 순매도를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 8일 동시호가에서 뒤집어진 2억원의 순매수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지난 4월 23일 이래 지속적으로 매도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난 주부터는 UBS워버그의 아시아 펀드 청산설이나 삼성전자 투자등급 하향 조정 등이 추가되면서 외국인 매도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그러나 여하튼간에 지난해 이래 국내 주가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급등했고 2/4분기 D램 가격의 하락이나 경기회복세 둔화 등에 따른 매도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이 더블딥(double dip)의 경고음이 제기되는 와중에 첨단 기술주 고평가 의식과 함께 신규수요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주가의 하락 동조화에 대한 의견도 더해진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외국인 매도가 어디에서 멈출 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외 시장분석가나 거래자들도 이전과는 달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마무리되거나 곧 멈출 것'이라는 시각이 예단이었음을 의식하고 현재는 '확인될 때까지 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여력도 다소 문제가 있다. 지난주 옵션 만기를 지나면 수급 개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옵션 만기를 전후해서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매수차익잔고는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매수차익잔고는 1조17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옵션 만기일에 5,000억원 이상이 청산됐으나 대부분 비신고분을 위주로 청산됐다"며 "주식형 자금이 유입되고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기관이 나서서 살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매도가 끝나지 않았는데 기관이 매도할 경우 시장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그나마 선물시장에서 시장베이시스 콘탱고가 유지되고 있어 다행이나 기관의 운식폭은 크지 못하다"고 말했다. ◆ 미국시장 불안, 달러 약세 겹쳐 = 더욱이 미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미국 주가가 지난해 9.11 테러 이전의 지지선을 다시 테스트 받고 있는 가운데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미국의 다우지수는 10,000선이 다시 붕괴됐고 시스코의 순익 개선으로 12%나 급등했던 나스닥지수도 3% 이상 급락하며 다시 1,600선이 깨지기 직전 상황에 몰렸다. 반도체 D램 현물 가격의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으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500선이 깨진 뒤 복원력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한 조정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예상 수준을 넘어 무려 5.8%의 경제성장률(GDP 기준)을 달성했으나 대부분 재고축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경제가 지난 1997년 IMF 위기를 극복하면서 30%에 달했던 콜금리를 10% 이하로 낮추고 재정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등 대폭적인 통화 및 재정 완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던 때의 지적과 유사한 점이 있다. 당시는 미국 경제가 받춰주어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이 잘된 덕도 있으나 절반 가량의 재고투자 기여도를 안고 한국경제는 지난 1999년에는 10% 이상 성장했고 이후 2000년에는 9%대의 성장을 유지한 바 있다. 지난해 이래 미국 경제가 하강하고 IT 등 첨단업종의 과잉투자 및 수요부진 우려감이 제기되는 와중에 그나마 열한차례의 금리인하로 수요가 버텼왔다. 그러나 2/4분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신뢰지수와 주택판매, 설비투자 등이 둔화되면서 신규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별 논자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 논의가 많팁側?있으나 기관의 공식 견해로 '더블딥'을 채택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자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책 및 민간연구소와 증권 시장 분석가들의 견해는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콜금리 이후 내수과열에 대한 진정 여부를 떠나 수출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달러/엔 환율이 127대로 낮아지고 달러/원 환율도 연중최저치인 1,273원까지 하락, 미국 수요의 둔화 가능성에다 가격 하락에 따른 경쟁력 효과도 줄 것으로 보여 '과욕보다는 몸조심'이 우선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주가가 중요 임계점에 놓여있고 수급도 아직 완전하지 않아 반등의 연속성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 유입 강도가 회복돼 수급모멘텀이 복원되려면 먼저 경기모멘텀이 나와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