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만큼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15일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7억원의 순매도를,코스닥시장에서는 3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거래소시장에서도 장마감 뒤 시간외거래에서 이뤄진 LG화학의 대량매매를 빼면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시간외거래에서 SK텔레콤의 대량거래로 순매수를 기록했었다. 이를 감안할 때 외국인은 사실상 9거래일 만에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선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한 것은 5일 만이다. 외국인은 차익실현의 '표적'으로 삼았던 삼성전자 매물을 크게 줄였다. 국민은행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신한금융지주 등 우량주에 대해서는 '사자'에 나섰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적극 매수'보다는 '매도 자제'쪽에 가까운 것으로 증권업계는 풀이했다. ◇외국인 팔 만큼 팔았다=외국인은 1월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모두 3조1천7백3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중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금액이 2조6천11억원으로 81.96%를 차지했다. 이같은 매도금액은 미국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해 9월12일부터 올 1월7일까지 사들인 3조5천6백67억원의 88.98%에 달한다. 차익매물이 나올 만큼 나왔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미국 테러사건 직후보다 낮아졌다. '과매도'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4.95%로 미국 테러 직후인 57.06%보다 낮다.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도 테러 직후의 46.64%에서 최근 32.91%로 줄어들었다.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의 지분율도 테러 직후 수준에 못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이 매도공세 속에서도 매도자금을 해외로 빼내가지 않고 상당부분 국내에 예치하고 있는 점도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금융센터은 이날 지난 3월중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8억6천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순유출된 투자자금은 1억2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주목받는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외국인은 이날 국민은행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신한금융지주 현대백화점 등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매도세를 지속했지만 규모가 1백84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외국인 순매도 1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SK텔레콤에 대해서도 소폭 매도우위를 보였다. '전통주 매수,기술주 매도'의 패턴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주 중에서도 실적이 좋은 종목은 샀다. 국민은행 한국전력 현대차 신한금융지주 등은 사상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종목들이다. ◇외국인 추세전환은 지켜봐야=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불안한 만큼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최근 은행주 등 금융주와 현대차 한국전력 등 전통 내수주를 사들이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미국 기술주들이 잇따라 실적 경고를 하면서 미국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만큼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은 전통주 위주의 매매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