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기업들의 무차입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결과 지난해 불황속에서도 2조9천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순차입금을 마이너스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경기호전에 힘입어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차입금을 줄이면서 부채비율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업분석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말 기준으로 보유 현금(2조8천억원)이 차입금(2조7천억원)보다 많아 순차입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43%에 불과했다. 지난 2월말 현재 차입금은 2조5천억원 수준인 반면 사내유보금이 3조2천억원에 달해 차입금을 갚고도 7천억원의 자금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차입금상환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불과 수년전만해도 다른 기업들처럼 차입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1998년말 총부채는 13조8천억원,부채비율은 1백98%에 달했다. 정부가 제시한 부채비율 2백%기준을 겨우 맞췄다.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만도 9조1천억원이나 됐다. 금융시장이 마비됐을 때는 다른 기업들처럼 자금을 구하지 못해 금융기관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총부채 8조4천억원,부채비율은 43%로 떨어졌다. 지난번 외환위기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 금융권에서 모든 부채를 일시에 회수하더라도 회사가 굴러갈 수 있는 수준까지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작년말 현재 43%인 부채비율을 올해는 40% 이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35%선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6백90억원에서 대폭 호전된 1조1천4백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연간으로는 순이익이 2000년의 6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D램의 경우 지난연말 저점에 비해 3~4배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 있다. 지금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3.4분기와 4.4분기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LCD(액정표시장치)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가격도 계속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시장에서도 컬러 휴대폰의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30~50달러가 높아 매출과 수익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미디어와 가전분야에서도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휴대PC,디지털TV,PDP TV,LCD TV 등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들 분야에서 기록적인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당초 정했던 3조원보다 크게 늘리더라도 차입금을 줄이는데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이미 4조6천억원이상으로 설비투자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수익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경우 투자도 함께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어떤 경우든지 신규 차입금을 발생시키지 않고 기존 차입금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더이상 국내업계의 기준에 만족하지 않고 차입금이 거의 없는 미국과 유럽의 일류기업들과 같은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