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속도에 대한 재평가 시도가 일며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 미국에서 유가 상승,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방기금금리(FFR)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또 국내에서도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염려하는 정부의 발언이 나와 금리는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다. 소비자의 경기 전망이 3개월 연속 매우 낙관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주가가 큰 폭 상승했지만 채권 시장은 이 같은 악재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통안채 창구판매가 실시됐지만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환수규모나 다음주 통안채 만기 등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 없다는 평가였다. ◆ 금리 6.50% 밑으로 하락 = 12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내린 6.48%를 기록했다. 3년 만기 2002-1호 6.51%로 전날보다 0.07%포인트 내렸다. 2002-1호의 경우 장 초반 6.53%로 갭다운된 후 서서히 하락폭을 키웠다. 5년 만기 국고채권 2002-5호 수익률은 0.07%포인트 하락한 7.08%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 금리는 6.37%로 0.04%포인트 내렸다. 회사채 금리 역시 하락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한 7.20%를, BBB- 등급 수익률도 0.05%포인트 내린 11.20%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엿새째 하루 하루 등락을 거듭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19포인트 상승한 102.84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3만4,454계약으로 여전히 부진했다. 개장과 함께 0.10포인트 남짓 상승 출발한 뒤 102.81∼102.82 부근에 분포한 은행의 매물벽을 무사히 넘겼다. 한때 102.86까지 올랐지만 가격대별로 포진한 매물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승 폭을 좁혔다. 이날 상승은 투신권의 매수세 덕이 컸다. 은행이 국채 선물을 4.114계약 순매도한 반면 투신사는 3,111계약 순매수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통안채 28일물을 연 4.27%에 1조5,004억원어치, 1년물을 연 5.46%에 7,500억원어치 판매했다. 이날 RP 만기가 3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을 그리 많이 회수하지 않았다는 인식에 시장은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다음주 월요일 10년 만기 국고채권 6,000억원 입찰이 예정돼 있다. 생보사 등 장기물 수요가 꾸준한 것을 볼 때 이 입찰도 무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경기 회복속도 재고 = 이날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변경 가능성이 다소 줄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다. 진념 부총리는 새시대전략연구소 조찬 월례포럼 강연에서 "4월 수출 반전이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기대지수가 지난 1998년 11월 조사 시작 이후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했다. 정부는 오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 중동정세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 반도체 가격 조정 추세 △ 엔화 약세 및 무역 마찰 등을 감안, 정책의 큰 틀을 바꾸기엔 아직 제반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또한 최근 들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금리 조기 인상 전망이 한풀 꺾였다. GE, 야후 등의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와 주가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4개월 평균 신규 실업급여청구건수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유가 상승이 물가보다는 경제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토마스 호니그 캔자즈시티 연방은행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금리의 조기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앨런 그린스팬 의장이 오는 17일 의회 경제위원회에서 통화정책과 경제 전망에 관한 증언이 시장에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스팬 의장이 다른 FRB 관계자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면 금리는 또한번 하락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채권 시장 동향에 민감한 국내 채권 금리 역시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영향으로 하락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