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악재를 피하라' 증권사 투자정보팀들은 요즘 비상이다. 우량종목 발굴보다는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이 있는 종목을 가려내는 게 오히려 더 급한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멀쩡하던 기업이 벤처비리 등에 연루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생긴 변화다. 좋은 종목을 추천하는 것보다 뒤통수를 맞지 않을 안전한 종목을 고르는 게 먼저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A증권사의 경우 30∼40여개 기업을 '투자기피 종목군'으로 분류,별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벤처비리 등과 관련,검찰과 정부의 조사가 이어지자 '안전 투자'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H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닥 종목에 대한 신규 추천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천을 하더라도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일부 종목으로 제한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기피 대상이 되는 종목 유형으로는 먼저 회사채 만기가 이어지거나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이 많은 기업이 꼽힌다. 통신 하드웨어 업체인 S사와 T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의 CB나 BW는 인수자에게 향후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이면계약을 맺은 경우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벤처비리 주가조작 등에 연루된 기업도 기피 종목이다. 정부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비리 수사 대상인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O사 K사 등을 일반 투자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데 이어 올 1·4분기 실적도 크게 나쁜 기업 또한 요주의 대상이다. 특히 이 달 안에 1분기 실적 발표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기업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보통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자체 발표를 하지 않고 5월15일까지로 돼 있는 법적인 실적 보고시점까지 실적공개를 늦추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비슷한 업종의 종목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테마가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진 것도 이같은 '서든 데스'와 무관치 않다"며 "정부와 맞서지 말라는 증시격언을 되새겨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당분간 안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