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10일 32.64포인트 급락했다. 최근 사흘동안 6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그칠줄 모르는 매도공세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이 내수중심의 '부양'에서 '중립'으로 선회한 것도 증시의 한랭기류 형성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팔자에 나서 6일동안 1조원 넘게 순매도를 보였다. 시장의 힘도 현저히 떨어진 주 요인이다. 이날 지수는 880,870,860 등 심리적 저항선에서 이렇다할 반등 한번 제대로 나오지 못한채 차례로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공세와 기대이상의 과열 경기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방어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으나 상승기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적주와 수출관련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 시장흐름이 변하는가 =종합주가지수가 3일동안 6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계단식 상승에 익숙해져 있던 투자자들도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자 투자전략을 바꾸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오는 충격이 지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위주의 외국인 매도공세가 직접 요인이다. 그러나 변화하고 있는 큰 흐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위협요인은 해외요인이 아닌 국내요인, 즉 물가와 금리의 상승, 이에 따른 통화 및 경제정책기조의 변화 가능성에 있다는 얘기다. LG투자증권 이덕청 팀장은 "원화약세, 작년 4.4분기 이후의 국제원자재 및 유가상승,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고 이는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검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대우자동차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신용등급 상향, 수출회복 등 나올만한 호재는 다 나왔다"며 "내수주 중심의 경기회복이 수출 증가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으면서 외국인 매도가 이같은 추락장세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심상치 않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기술주들의 하락 여파로 아시아.태평양지역 펀드에서 2주 연속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며 "기관이나 개인이 물량을 받아갈때 털고 보자는 심리가 외국인들간에 팽배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약해지는 시장의 힘 =올들어 5일 이동평균선이 10여차례 무너졌었다. 그러나 이동평균선이 무너지기가 무섭게 반등이 나오며 상승을 이어갔었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선 이같은 기세를 찾아볼수 없었다. 지난 2월이후 강력한 추세선 역할을 했던 10일 이동평균선마저 하락으로 방향을 튼 것도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3일 연속 음봉(흑삼병)이 나타난 만큼 단기간에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9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는 다음주에 들어서야 추세를 판단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홍 수석연구원은 "옵션만기일에 반등 가능성이 높지만 추세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요 기업의 절반정도가 이미 실적경고를 받은 상태"라며 "외국인 매도의 진앙지인 미국시장이 진정된다면 국내기업 실적발표를 계기로 차별화 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