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장세로 넘어가기가 순탄치 않다. 수급이 균열된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 시장에는 6개월 연속 강세를 감안할 때 '조정다운 조정'이 나타날 시기가 임박했다는 견해와 짧은 조정을 거쳐 반등하는 계단식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기대된다. 반등하더라도 보수적인 시장 대응이 유효하다. 외국인 매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월물 옵션만기를 앞둔 부담감이 적지 않아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합지수가 지난해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강력한 밑변을 형성해온 20일 이동평균선에서 다시 지지력을 발휘하고 반등할지 아니면 깊은 골을 만들며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1/4분기 실적개선주, 구조조정 관련주, M&A관련주 등으로 차별화 장세를 대비할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교체와 우량주에 대한 저가매수 시기를 저울질해야 겠다. ◆ 외국인 매도 보기 = 외국인 매도 공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부활절 연휴 이후 지속해온 대규모 매도 공세를 멈추지 않으며 증시를 압박했다. 외국인은 9일 1,812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 이날까지 닷새간 무려 9,573억원 어치를 처분했다. 최근 장세를 이끌어온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국인 매도는 더욱 부담스럽다. 주가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있어 기관 행보는 제한될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먼저 외국인 매도는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이머징마켓 내에서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또 뉴욕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중동지역 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비수기를 맞은 D램 가격이 탄력을 잃어 상대적으로 국내증시의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 이밖에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 결렬 우려도 외국인의 손길을 주저케 한다. 물론 외국인은 삼성전자 매도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실적주 등에 꾸준히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한국시장을 떠나는 '셀 코리아'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현대증권 한동욱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가가 이머징마켓 국가중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34만원 부근에서 다시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실적으로 정면 돌파 = 외국인의 대량 매도 공세와 1조2,000억원이 넘는 매수차익잔고 등을 감안할 때 지수관련주에 대한 접근은 위험이 크다. 이런 가운데 1/4분기 실적개선 종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 약세와 무관하게 실적개선 종목은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개선된 실적을 내놓은 신도리코, 넥센타이어, LG홈쇼핑 등은 급등하며 지방은행주와 보험주에서 촉발된 실적강세 바통을 이어 받았다. 최근 테마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턴어라운드의 기준점이 지난해 말에서 1/4분기 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에 대한 점검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은 큰 소리로 성과를 내놓기 마련이다. 이밖에 M&A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은행, 증권주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미진한 데다 재료가 있다는 점에서 단기 접근이 유망하다. 이달중 본계약 체결이 유력한 대우차 매각 관련 수혜주도 관심 대상에 올릴 만하다. 한편 뉴욕증시는 국내와 달리 기업실적 개선 속도가 경기회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월요일 IBM의 수익전망에 실망한 뉴욕증시가 장 종료 후 컴팩이 내놓은 긍정적인 실적 전망에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 동양증권 이채원 주식선물운용팀장은 "외국인 매도, 프로그램 매물, 미국기업 실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소형 실적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망된다"며 "고려제강, 동일방직, 삼천리, 신일건업 등 PER과 PBR이 낮은 저평가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