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가 2일 출자총액 제한 및 상호출자, 채무보증 금지 대상 기업집단을 새로 지정했다. 지난 87년에 처음 생겼던 '30대 기업집단'이라는 말도 사라지게 됐다. 자산규모 5조원을 넘어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자산총액의 25% 미만으로 규제되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에 공기업이 무려 7개가 포함돼 이들의 경영행태 변화도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 공룡 공기업 부상 =한전은 이번 발표에서 삼성 SK LG 등 민간기업을 누르고 당당히 자산규모 1위에 올랐다. 한전과 민영화된 포스코를 빼고도 KT(6위), 도로공사(7위), 토지공사(11위), 주택공사(12위), 수자원공사(17위), 가스공사(19위) 등이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거 포함됐다. 출자총액제한 대상 19개 기업의 자산 4백97조9천억원 가운데 이들 7개 기업집단의 자산은 무려 3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이 민간기업을 차별 대우한다는 그 간의 지적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는 반증도 되는 셈이다. 공기업들이 대거 순위에 오른 이같은 상황은 민간 주도 시장경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서도 반드시 재편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에 의한 거래질서 확립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민간 자율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이들 공기업의 신규진입에 따라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지난해 3백92조원에서 올해는 4백97조원으로 27%나 증가했다. ◇ 재계 판도 변화 =상위 10대 기업집단중 한전 KT 도로공사가 새로 진입하고 현대 금호 한화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이 계열분리된 현대그룹은 2위에서 1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옛 현대그룹 일원이었던 계열 그룹은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을 제외하고도 상호출자금지 43개 기업집단에 6개나 포함되는 위력을 발휘했다. 롯데와 포스코는 자산규모로는 규제대상이지만 부채비율 1백% 미만으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는 벗어났다. 대우전자와 쌍용 하이닉스 등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관리절차가 진행중인 계열사 자산이 전체의 50%를 넘어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지난해까지 30대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던 업체 가운데 대림 한솔 동양 등 16개 기업집단은 출자총액 제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2002년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4백97조9천억원, 계열사는 3백56개,이들을 포함한 상호출자제한 집단의 자산총액은 6백11조원, 계열사는 7백4개로 집계됐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집단의 부채비율은 각각 1백25.1%, 1백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의미 및 전망 =이번 출자총액규제, 상호채무보증금지 기업집단 지정으로 87년 이후 지속된 획일적인 대기업 규제체제는 사라지게 됐다. 분야별 규제를 통해 규제의 실효성과 명분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집행 과정에서는 상당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막판까지 실랑이를 벌였던 출자총액 초과분과 관련해 해당초과분이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출자총액예외 대상인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업종'에 해당되는지, 신기술업종에 해당되는지를 판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출자총액 초과지분을 기업들이 제대로 신고했는지를 조사, 판정해야 하는 문제는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