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약세를 보였다. 종합지수는 하루만에 900선을 내놓았고 코스닥지수는 92선 회복에 실패했다. 기관화 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국가 신용등급 상향, 긍정적인 2월중 산업생산, 뉴욕증시 강세 등 호재가 악재보다 많았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매물을 흡수하지 못했다. 28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79포인트, 1.08% 내린 892.67에 거래를 마쳤다. 한 때 914까지 치솟으며 장중 고점을 높이기도 했으나 후속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상승폭을 덜어던 뒤 약세권으로 밀렸다. 코스닥지수는 91.85로 1.25포인트, 1.34% 하락했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했지만 대형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증시는 종합지수 900선 안착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호재성 뉴스가 추가 상승을 지원했다. 뉴욕증시가 이틀째 오름세를 유지한 데다 산업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두단계를 전격 상향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써먹은 재료여서 반응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빅뉴스'를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으려는 매도세가 증가했다.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악재도 적지 않았다. 128메가SD램 가격이 개당 3.5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26달러에 육박,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장미디어, 아라리온 등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수급상으로도 미수금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최근 장세를 주도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 기관 주도 900선 수급 공방 이어질 듯 = 시장에서는 당분간 기관이 주도하는 수급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대규모 매도 공세를 일단락 지은 외국인은 부활절 휴가를 앞두고 적극적인 매매를 자제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관 선호주 중심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수차익잔고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업종대표주와 신용등급 상향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요망된다. 이날 업종별로는 운수창고, 유통, 의료정밀, 음식료, 종이목재, 디지털컨텐츠 등이 올랐고 철강금속, 전기가스, 의약, 통신, 건설, 인터넷, 반도체 등이 하락했다. 지수관련주는 포항제철이 EU의 수입제한 선언 등으로 4% 이상 급락한 것을 비롯, 삼성전자, 한국통신, SK텔레콤,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 핵심블루칩이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SDI, 삼성전기, 신한지주 정도가 오름세를 유지했다. 코스닥 대형주는 LG텔레콤이 8% 넘게 빠졌고 KTF, 하나로통신, 강원랜드, 아시아나항공 등이 하락했고, 국민카드, 기업은행, 휴맥스, 엔씨소프트 등이 올랐다. 이날 주총을 열고 매각반대안을 상정한 하이닉스는 5.78% 오르며 1,500원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케이씨텍, 신성이엔지, 주성엔지니어,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주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서울증권, 신흥증권 등이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배당락 효과가 반영된 증권주가 대부분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강보합권을 지켰다. 기관은 거래소에서 사흘째 매수우위를 이으며 545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는 19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거래소에서 차익실현에 주력하고 코스닥 비중을 확대했다. 거래소에서 571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 264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매도우위를 유지하던중 지수가 하락하자 매수주문을 확대했다. 거래소에서 18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는 76억원을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 위주로 거래된 가운데 매수가 매도를 앞섰다. 그러나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았다. 프로그램 매수는 1,599억원 유입됐고 매도는 1,284억원 출회됐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900선 이후의 기대감이 증가한 가운데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두단계나 올리는 등 호재가 많았지만 추가 상승세가 제한을 받으면서 경계감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900선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매매공방을 좀 더 확인한 뒤 투자에 임해도 늦지 않다"며 "당분간 기관선호주나 중소형 실적주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