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다. 종합지수는 지난 20일 이래 장중 세 차례 900선을 뛰어넘었다. 종합지수는 그러나 번번이 900선 안착에 실패했고 에너지 소진과 더불어 부담감이 한층 가중됐다.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수출회복 신호, 반도체 가격 회복, 대우차·하이닉스 등 구조조정 현안 타결,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새로운 모멘텀이 활력을 제공할 지 주목할 시점이다. 증시는 대세상승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짧은 조정을 거쳐 종합지수 900선 돌파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관의 매수 여력, 뉴욕증시와의 차별화 경향 등을 감안하면 조정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계단식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긍정적인 시황관을 유지하고 수출관련주, 1/4분기 턴어라운드 종목군에 대한 저가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겠다. ◆ 종합지수 900선 재도전 = 최근 증시는 경제지표 호전, 기업실적 개선 등 호재가 어느 정도 반영되면서 가격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뉴욕증시의 불안정한 흐름, D램 가격 하락, 민노총의 총파업 선언 등이 악재로 부각됐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매수 기조를 유지하며 본격적인 '기관화 장세'의 도래를 알렸지만 매매의 다른 한 축인 외국인이 매도세를 지속하며 수급 악화를 초래했다. 종합지수는 지난 25일 단기 심리선인 5일 이동평균선이 붕괴됐으나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거래량 감소, 하락종목수 증가 등으로 '반등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장세는 그러나 재료보다는 수급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너지 소진을 염려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판단이다. 장세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기관의 왕성한 '식욕'과 '실탄'이 충분하다. 또 1/4분기 결산을 앞두고 서서히 수급장세에서 실적장세로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당초 증시에 알려진 수치보다 좋게 나올 것으로 보이고 있는 등 뉴욕과 달리 기업실적이 경기회복 속도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적으로는 추가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강력한 밑변을 형성해 온 20일선에 대한 지지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다. ◆ 투신 vs 외국인 =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모두 1조1,7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자금유입을 반기며 6,60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증시는 당분간 이 같은 외국인 매도, 기관 매수의 구도가 고착되면서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개인은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기지 않은 채 시장 흐름에 편승한 과거 흐름을 반복할 전망이다. 시장관계자들은 기관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지난 99년 대세상승기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투신이 앞장선 기관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합지수가 800선을 넘어선 이래 줄곧 관망세를 보이며 차익실현에 치중하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가 약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무리가 있지만 매도 강화가 둔화되는 것만으로도 투자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매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매도 공세가 주춤해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은 지난해 12월 60%에서 56%대로 뚝 떨어졌다. D램 가격 하락, 일부 헷지펀드의 차익실현,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비율 조절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전날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오는 29일부터 매수에 들어간다. 1/4분기 실적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펀더멘털과 함께 수급 개선을 노리고 있어 대량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