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 연속 상승행진에서 이탈하며 1,330원 밑으로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의 133엔대 등정으로 오름세로 출발한 환율은 수급공방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장 막판 급락세가 진행되면서 1,330원대는 하루만에 붕괴돼 부담을 가진 레벨임을 인식시켰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낮은 1,329.3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월중 고점을 경신하는 흐름을 띤 환율은 달러/엔 환율의 반락,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주춤하면서 반락하는 궤도를 그렸다. 업체 네고물량이 오전부터 꾸준히 나왔으며 오후에도 자동차 업체 등의 대규모 네고물량이 출회됐다. 시장 분위기는 점차 달러매도(숏)마인드가 강해지면서 은행권의 보유물량 처분, 차익매물에다 달러매도(숏)플레이까지 가세, 낙폭을 깊게 했다. 1,330원 밑에서 결제수요 등에 기댄 일시적인 반등 흐름도 추격 매수세의 부재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국책은행도 당국의 물가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하듯 1,333원선부터 매도에 나섰다. ◆ 1,330원 축 수급싸움 = 환율은 양방향으로 열려진 상태로 장중 수급상황에 따라 1,330원을 놓고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외에 반영할 만한 요인은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장중 포지션이 무거웠으며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덜어내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한 방향으로 보기 힘든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일까지는 수급에 따를 뿐 펀더멘털은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가운데 1,330원대 레벨 부담은 있으나 1,335원을 테스트하는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며 "내일은 삼성계열 배당금 지급일이긴 하나 등장여부는 확실치 않고 1,327∼1,333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네고물량과 달러되팔기(롱스탑) 등이 합쳐졌으며 공급우위의 장세였다"며 "경제운용상 물가압력 등으로 1,330원 위에서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달러매수초과(롱)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133엔대로 반등하지 않으면 내일은 1,330원 이상에서는 다소 어렵지만 배당금수요 등 잠재수요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며 "1,330원을 기점으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아래쪽도 단단히 지지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시장 재료 혼조세 =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상승 기조를 이어 3주중 최고치인 133.40엔을 가리켰으나 이날 도쿄에서 증시 강세에 힘입어 133엔대 밑으로 하향 조정됐다. 달러/엔은 한때 132.67엔까지 내려서기도 했으며 오후 4시 52분 현재 132.80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엔화 약세 속도에 비해 원화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이달초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1,000원 밑을 하회하는 흐름을 띠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날 주식순매도를 지속, 달러매수 심리를 일정부분 유지시켰다. 거래소에서 나흘째 매도우위를 이으며 369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298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 심리적인 상승압력은 크지 않았으나 전날 2500억원에 달한 순매도분 중 일부가 역송금수요로 작용할 전망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70원 높은 1,333.2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고점인 1,333.50원으로 오른 뒤 되밀려 한동안 1,332원선 초반에서 흐르다가 10시 50분경 1,331.50원까지 내려섰다. 한동안 1,331.50∼1,332원 범위에서 움직인 환율은 수 차례 1,331.50원을 뚫고 내리기 위한 시도 끝에 하락 반전, 11시 50분경 1,331.20원까지 몸을 낮춘 뒤 1,331.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높은 1,331.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저점매수로 서서히 올라 2시 4분경 1,332.50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규모가 큰 네고물량과 차익매물 증가에 덧붙여 은행권의 달러되팔기(롱스탑)가 가세하며 2시 20분경 하락 반전한 환율은 32분경 1,329.9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환율은 1,330원 밑에 포진한 저가매수세와 배당금수요, 역외매수 등으로 재반등, 3시 46분경 1,331.70원까지 올라섰으나 4시 이후 손절매도 등으로 빠르게 낙폭을 확대, 4시 27분경 이날 저점인 1,328.80원까지 미끄러졌다. 장중 고점은 1,333.50원으로 지난 1월 24일 1,334.8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저점은 1,328.80원을 가리켰다. 하루변동폭은 4.70원을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3,3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2억5,2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2,600만달러, 4억6,350만달러가 거래됐다. 27일 기준환율은 1,331.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