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1일 "미국 경제가 일시 회복한 후 재차 둔화되는 더블-딥(double-dip)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서울을 방문한 로치 박사는 이날 오전 한국투신증권 강당에서 세계경제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미국 경제는 과거 6차례의 경기침체기중 5차례에 걸쳐 더블-딥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더블-딥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미국 소비자들의 과다한 부채와 낮은 저축률, 미국 기업들의 과다한 비용, 특히 설비 및 화이트칼라에 대한 지속적인 과다비용 지출,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 과다 등을 들었다.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87년의 3.4%에서 2000년엔 4.6%로 확대됐으며 오는 2003년 하반기에는 6.2%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는 연간 6천600억달러, 매일 20억달러가 미국자본시장으로 유입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경상수지 적자규모 축소를 위해선 미국 경제성장률을 낮추든지, 미국 이외 유럽, 일본 등의 경제회복으로 미국의 수출이 증가되든지, 미달러화의 급속한 절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치 박사는 그러나 세계경제의 동시성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침체는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달러강세는 일본과 유럽의 개혁의지를 퇴보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치 박사는 이에 앞서 전날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나 지난 3년간의 한국의 발전은 '아시아의 구조조정 성공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때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