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통안채 입찰과 관련한 수급 불안과 국내외 경제지표 호전 전망 등의 악재가 두루 겹치며 6.5%대로 급등했다. 이날 시장에는 △ 미국의 경기회복과 통화정책기조의 '중립' 선회 가능성 △ 국내 주가 급등과 4/4분기 경제성장률 상향 전망 △ 국제 유가 상승, 달러/엔의 131대 돌파, 철도·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관련 불안감이 더해졌다. 특히 통안채 입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응찰규모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낙찰금리를 높게 가져가고 3조원의 환매채 규제까지 밝혀 유동성 흡수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퍼졌다. 투신권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은행이 금리 급상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상승심리가 큰 시장에서 그 정도의 구두표현은 금리상승 요인으로 비춰진다"며 "통안채 입찰이나 RP규제의 의도는 통화를 조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경기회복이라는 펀더멘털에다 한국은행의 통화흡수 움직임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는 등 악재가 겹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채권형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 확대 등 시중 자금흐름이 점차 채권에서 좀더 빨리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6.55%를 기록했다. 전날과 같은 5.40%에 거래를 시작한 후 5.39%에 호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보합권을 지키지 못했다. 오후 들어 급등한 뒤 장기 투자기관이 대량 매수에 나선다는 소문에 상승세가 멈칫하기도 했다. 5년 만기물 수익률은 7.19%로 0.11%포인트 올랐다. 역시 한때 7.06%까지 하락했으나 상승 전환했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급등했다. AA- 등급과 BBB- 등급 수익률은 각각 0.12%포인트, 0.10%포인트 상승한 7.22%, 11.29%를 기록했다. 국채 선물은 장초반 상승세를 보인 이후 곧 미끄러진 뒤 심하게 등락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39포인트 하락한 102.23으로 마감했다. 102.72까지 상승한 뒤 한때 102.11까지 급락했다. 거래량은 10만6.691계약에 달했다. 3월물은 1,093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20포인트 내린 103.96을 가리켰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과 증권회사, 개인이 각각 4,815계약, 2,209계약, 1,800계약 순매도한 반면 은행은 9.724계약이나 순매수했다. ◆ 통안채 입찰 실망 = 이날 한국은행은 통안증권 1년 6개월물 1조5,000억원어치를 입찰했다. 입찰 결과 6,100억원어치만 낙찰됐다. 응찰 금액은 6,500억원에 불과했다. 낙찰 금리 연 6.05%는 전날 통안채 1년 6개월물 유통 금리 5.80%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시중 단기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오는 22일 은행권 지준일을 맞아 필요 지준을 맞추기 위해 다소 높은 수익률로 통안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한국은행은 통안채 입찰 외에도 환매채(RP)를 통해 3조원의 시중 유동성을 묶는다고 밝혔기에 의구심은 더욱 강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리가 경기 회복 전망으로 올랐다면 앞으로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흡수가 금리 상승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후임 총재에 내정된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금리인상론자'라는 소문마저 퍼져 있는 터여서 4월초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채권시장의 환경은 녹록치 못해 보인다. 투신권의 다른 펀드매니저는 "경기회복이 빨라지면서 채권시장은 피폐화되며 주식과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며 "금리 상승심리가 워낙 강해 이를 막으려면 뭔가 액션이 있어야 할 것이나 별다른 것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美 FOMC, 국내 경제성장률 주목 = 시장에서는 이날 미국에서 열리는 FOMC 정책회의에서 통화정책기조가 중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콜금리 성격의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0년중 최저치인 1.7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로이터통신이 미국 재정증권 발행시장 딜러 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명 중에서 19명이 미국의 정책기조가 '완화'에서 '중립'으로 전환될 것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8명의 딜러들이 6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내비치는 등 국내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인상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바꾸는 것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까지 고려, 향후 금리 상승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되고 있어 미국 채권금리의 상향 가능성의 근거가 될 공산이 크다. 전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5월 연방기금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아 연방기금 금리전망에 대한 탄력성이 큰 2년물 금리만 상승했다. 한편 수요일 국내에서는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다. 지난해 1분기 3.7% 성장했던 우리 경제는 2분기 2.7%, 3분기 1.8%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4/4분기 경제성장률은 다시 급한 상승세로 복귀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두 가지 중요한 펀더멘털 관련 변수가 채권 시장에는 비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 추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3년물 국고채 금리가 6.65%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65%선은 지난해 4월 금리가 6.93% 고점을 찍은 뒤 6.42%까지 하락했다가 재상승해 새로운 고점을 형성한 곳"이라며 "새로운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양영권·이기석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