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상장사의 고배당이 문제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8배가 넘는 배당금을 주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에따라 IMF체제이후 한국경제 회생의 발판으로 여겨져온 외자유치의 부작용이 가시화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배당정책이 '주주중심의 경영'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비상식적인 고배당은 기업자체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주주에 대한 고배당이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 고배당 논란 =고배당 문제가 유독 외국인이 1대주주인 기업에서 일어난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통상 외국인 대주주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일정수준 이상의 투자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총시즌이 오면 투자자금 회수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두 테마를 놓고 국내 경영진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내.외국인간 배당소득세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서진석 부회장은 "외국인 주주들은 세금부담이 낮아 고배당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주주들은 배당소득을 포함, 한해 소득이 8천만원을 넘으면 금융종합과세대상으로 들어가 최고 36%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반면 외국인은 국가간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자국의 과세체계에 따르면 된다. 미국은 10% 이상의 대주주에 대해선 10%,일반 주주들에 대해선 15%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은 대주주에 대해선 5%의 소득세를 징수한다. 세금 부담이 낮은 외국인으로선 고배당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고배당 정책은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증권은 지난 8일 주당 1천5백원(액면가 2천5백원의 60%)의 고배당을 발표했다. 이후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하자 1대주주인 조지소로스계열의 퀀텀인터내셔널은 3백50만주(6.28%)를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 올해 얼마나 늘어나나 =외국인이 1대주주인 12월법인 상장사 19개사가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모두 1천3백29억원. 전년보다 73.7%나 늘어났다. S-Oil은 배당률(액면가 대비)을 50%에서 75%로 높여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지난해 3백97억원에서 6백5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나은행도 외국인 지분율 증가 및 배당률 상승으로 61억원에서 2백87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10개사가 외국인에게 주는 배당금은 지난해 7천2백15억원에서 올해는 6천4백7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인해 대부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 문제점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 그러나 배당총액이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지나친 고배당은 곤란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운열 증권연구원 원장은 "주주배당 수준은 당기순이익 범위내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고배당 자체보다는 '고배당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하는 배당의 안정성이 주주입장에선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법상 주주배당은 당기순이익이 아닌 배당가능이익(당기순이익+이익잉여금) 내에서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S-Oil은 2001년 순이익이 1백91억원이었으나 배당가능총액은 6천3백억원에 달해 고배당이 가능했다. 3월법인인 서울증권이 올해 예상순익의 2배가 넘는 8백3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려는 것도 이같은 법적 근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을수 연구위원은 "이익잉여금을 최대주주를 위해 모두 배당금으로 지출하면 기업의 미래가치가 훼손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