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負)의 영업권"을 한꺼번에 회계처리한 기업들을 분식회계로 무더기 중징계를 내리면서 후폭풍이 불어오고 있다. 재계는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8일 모임을 갖는다. 이미 끝낸 정기주주총회를 다시 열어야 할 처지에 놓인 기업도 생겨났다. 2000년에 한꺼번에 계상한 이익을 쪼개서 2001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총에서 주주들이 승인한 재무제표는 말그대로 백지가 된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배당금의 경우 분식회계된 사업연도가 2001년이 아니고 배당재원도 순이익이 아닌 내부유보자금으로 이뤄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로 확산되는 반발=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징계 업체의 회계담당자를 불러 18일 회의를 갖는다. 20일께는 회계사 등 외부전문가 검토를 거쳐 재계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계기준이나 기준 적용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즉각 반발할 정도의 회계제도를 정비하지 않는다면 집단소송제 도입후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업체중 유일하게 주총을 끝낸 SK케미칼은 주총승인을 받은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2002년 한꺼번에 환입한 '부의 영업권'44억원을 조정하면 2001년 재무제표에 전기손익 수정이익이 추가계상되기 때문이다. 이경우 지난 8일 주주들이 승인한 재무제표는 휴지조각이 된다. 감독당국은 "주총을 거친 재무제표라도 수정해 재공시할 수 있다"며 "주총을 다시 열지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하나='부의 영업권'을 2001년에 일시 환입한 업체로서 주총을 이미 마친 곳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금융당국의 시정지시를 받은 기업은 주총에서 승인받은 재무제표라고 해도 회계증빙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주총에서 승인받은 재무제표를 기업 스스로 고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결국 2001년 사업연도중 '부의 영업권'을 일시에 환입한 업체가 있다면 분식회계로 적발될 것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의 경우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한꺼번에 계상됐던 부의 영업권이 분할계상되면서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정 재무제표 작성이 가능할 것으로는 생각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합리적인 기준은=징계조치를 받은 기업들은 "부의 영업권을 일시 환입한게 잘못이라는데 적정 기준은 언제쯤 마련되느냐"고 금융당국에 문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3회다,5회다 말만 있었지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며 "금감원이 빨리 기준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지침을 만들어 통보할 예정"이라며 "투자한 회사의 비화폐성자산(주식 포함)중 상각자산의 가중평균 내용(耐用)연수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