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초강세를 띠던 D램 현물값이 최근 상승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일주일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D램 경기가 일찌감치 조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128메가 D램의 범용제품인 `16Mx8 133㎒'의 아시아 현물시장의 오전장 가격은 4.00∼4.35 달러(평균가 4.07)선을 기록, 4달러선에 바짝 근접했다. 이는 올들어 최고치(평균가 4.38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5일 이후 일주일째 이어지는 하락세다. 이 기간 가격이 7% 이상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7일까지 평균 15달러를 웃돌던 256메가 D램(16Mx16 133㎒)역시 지난 8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12.30∼14.00 달러(평균가 12.66)에 거래됐다. 북미 현물시장도 사흘째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물값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조짐을 보이자, 증시 일각에서는 "현물가가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징후 아니냐"는 관망이 대두되고 있다. 2.4분기로 점쳐지던 조정기가 다소 앞당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국계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재고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수요가 그리 빠르게 살아나지 않으면서 이달들어 현물가격이 조정을 받는 분위기"라며 "현물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올해말에는 3.5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리트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최근 한 리포트에서 "최근들어 D램 현물가격이 실수요가 강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약세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는 4,5월이 D램경기의 최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달부터 D램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 2.4분기와 3.4분기에 D램가격이 추가 상승하지 못한채 정체국면에 진입, 올해 D램 평균가격이 현 수준인 4.08달러에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업계는 이런 관측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2.4분기 부터 다소간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은 수긍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 비수기인 2.4분기 일부 가격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대세상승 국면이고 PC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우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물가격이 이처럼 약세장을 연출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7차례나 인상을 거듭해온 고정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권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메이저 PC업체들의 저항이 큰 상황에서 현물가까지 약세장을 이어간다면 추가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고정거래선 가격(5달러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D램업체는 메이저PC업체와의 장기안정적 사업관계를 고려할 때 가격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반론을 제기, 추가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D램가격 협상권이 D램업체에 넘어온 만큼 싱크로노스 D램고정거래가는 이달 중순부터 5.5∼6.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D램 경기가 어떤 국면에 와있는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D램업체와 대형PC업체들간 고정거래가 협상 결론에 따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