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면서 국내 주가가 연중최고치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미국 ISM 제조업 지수 등 경제지표가 호전되며 주가가 급반등한 데다 국내 산업경기 체감지수 상승, 진념 부총리의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시사 발언 등이 시장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지난 2월말 1월중 산업생산이 15개월만에 두자리수 급증한 데 이어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반도체 D램 가격 상승세로 기업실적 모멘텀이 맞물리자 투신 등 기관 매수세가 장을 선도했다. 외국인은 거래소 대비 상승률이 낮은 코스닥시장에 주목하며 대량 순매수, 코스닥지수 급등을 주도했다. 시장전문가들은 △ 국내외 경기회복세 지속 및 수출·설비투자 증가 가능성 △ 은행·보험 등 기관의 국내 자산 재평가 및 주식 편입 가능성 확대 △ D램 가격 상승 등 기업 실적 호전 등에 따라 향후 시장의 상승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가 정부 정책에 기대며 소비 위주의 회복국면에서 투자증가 방향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지표 개선과 종목별 흐름이 맞물리면서 기관화 장세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지수가 경기와 실적 모멘텀이 반영되며 단기 급등한 데다 850선을 앞두고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점을 고려할 때 거래소보다는 코스닥시장의 재평가와 수익률 게임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 종합지수 830선 돌파, 코스닥 재부상 = 4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목요일보다 14.22포인트, 1.73% 오른 834.21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7월 13일 845.71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합지수는 국내외 경기회복 속에서 842.21로 갭상승한 뒤 장중 847.39까지 급등, 지난 2월 28일 826.60의 연중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지난 2000년 7월 14 850.26 이래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막판 외국인 선물 매도에 따라 차익매물이 출회되며 종합지수는 830선대로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104.50으로 1.65포인트, 1.60% 올랐다. 장중 106.45까지 급등하며 최근월물 기준으로 19개월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경계매물로 상승폭을 줄였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0.2대의 콘탱고를 유지, 비차익 위주이긴 하지만 3,000억원이 넘는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인했다. 증권과 투신 등 기관은 거래소에서 2,186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투신은 거래소에서 1,629억원을 순매수하고 선물시장에서도 매수 기조를 유지, 현선물 두 시장에서 상승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2,929억원을 위주로 3,332억원에 달했고 매도는 비차익 1,086억원을 중심으로 1,190억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장중 전업종이 상승했으나 막판 차익매물 출회로 철강금속, 의료정밀, 건설, 은행, 증권업종이 약세로 전환했다. 특히 통신업종은 6% 이상 급등하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상승률이 적었던 데다 한국통신의 내달중 정부보유지분 매각 등 민영화 계획이 제시되며 통신주 동반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거래소의 한국통신과 SK텔레콤, 코스닥의 KTF, LG텔레콤이 6% 이상 급등했고 하나로통신은 8% 이상 뛰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진 가운에 고정거래값 인상 등의 소식이 전해지며 각각 2%와 5% 이상 올랐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 대형 은행주는 보합선에서 소외돼다 약세로 마감했고 포항제철과 현대차는 차익매물을 맞으며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83.04로 4.33포인트, 5.50% 급등하며 지난 2001년 5월 29일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 83.86까지 오르며 지난 1월 29일 80.86 이래 한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참고: 코스닥시황). 특히 외국인은 거래소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코스닥 급등을 선도했다. 조흥투신의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경우 펀더멘털이 시장을 앞서고 있어 시장흐름은 견조할 것"이라며 "그러나 종합지수에 부담이 있어 하루이틀은 외국인 매수에서 보듯이 코스닥시장의 레벨업 수준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장중 순매도를 보인 가운데 87억원의 순매수로 그친 데 비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순매수 규모가 826억원이나 됐다. 코스피선물시장에서는 2,000계약 이상 순매수하다 막판 671계약까지 순매수 규모를 줄였다. ◆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 뚜렷 =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상승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비교적 뚜렷하게 개선되는 가운데 제조업 부문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미국의 경제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제조업 경기의 회복 전망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자못 크다. 미국의 공급관리기구(ISM, 옛 구매자관리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2월중 ISM 제조업 활동지수는 54.7을 기록, 지난 1월의 49.9, 2월 예상치 50.9를 넘어섰다. 미국의 3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ISM 제조업지수는 넉달째 상승하며 19개월만에 처음으로 경기 회복을 가름하는 50선을 넘어섰다. 더욱이 신규주문항목은 62.8, 생산이 61.2로 석달째 50선 이상에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주 4/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0.2%에서 1.4%로 대폭 상향됐고 시카고 구매관리지수(PMI) 역시 53.1로 19개월만에 50선을 넘었다. 물론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2월중 90.7로 1월 93.0에 비해 다소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1월중 개인 소득과 소비지출이 각각 0.4% 상승하고 주간 실업수당 신규신청건수가 4주 평균치를 다소 하회하는 등 소비부문이 악화되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팬 의장이 경기에 대해 조심스런 낙관론을 피력하는 가운데 금리유지 방침을 내비친 상황에서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확인은 이번주 발표되는 2월중 실업 및 고용동향에 관심을 불러들일 전망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1,700선에서 일단 바닥을 확인하는 듯하고 상대적으로 나은 다우지수가 10,000선을 회복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1,000선을 돌파하며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하는 산업과 기업의 체감경기지수가 깜짝 놀랄 정도로 수직 상승, 일부에서 과열경계감까지 나올 정도로 경기안정감이 더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3일 국내 1,48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4분기 BSI가 133을 기록, 지난 1/4분기 80에서 수직 상승했으며 지난 2000년 1/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전경련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중 BSI가 141.9로 지난 1975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지표를 주말에 보고 받았을 진념 경제부총리는 이날 지난주의 신중론을 완곡하게 우회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수치로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정부의 전망치를 4%에서 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진 부총리는 지난주 1월중 산업생산이 15개월만에 처음으로 두자리수 급등한 이후에도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을 들어 경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신중론을 피력한 바 있다. ◆ 제조업 초점, 과도 낙관론 경계 = 시장에서는 국내 경기회복이 강화되고 그동안 불안정했던 미국과 일본 등 해외변수가 안정성을 찾아가는 모양새여서 국내시장의 투자자 입장에서 해외리스크 부담이 한결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래 보수적이었던 기관의 입장에서는 펀더멘털 개선을 확인하고 해외리스크가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수 관점을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과 시장에서 청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D램 가격의 상승이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연기금과 은행·보험 등 기관의 국내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사실상 기관화 장세에 진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연구원은 "종합지수가 급등해도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지지요인이 되고 개별종목 차원에서 D램 가격 상승 등 가격지표가 개선되며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구도 속에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조정은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제조업 경기가 회복국면이 가시화될 경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태까지 내수·금융주 위주의 전략에서 수출·제조업 위주가 향후 주도업종 또는 종목으로 부상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주나 내수주의 경우 지난해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주가에 상당 반영된 상태에서 실적개선이 지속, 시장방향은 따라가겠으나 주도주로서의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과 국내 제조업 경기 회복 상황에서 지난해 초우량이었던 신세계 등 내수관련주의 탄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상승모멘텀이 강한 삼성전자 등 실적모멘텀이 강한 지수관련주로 차별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주가가 800선을 돌파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A로 상향 가능성 등을 볼 때 전반적으로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듯하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갖되 경기나 재료반영도를 고려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변화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제조업 체감경기가 놀랄 정도로 급반등한 것으로 볼 때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체들의 흥분이나 과욕에 대해서는 냉정히 경계해야 한다는注恬??높다. 저금리 통화정책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금리가 해외금리보다 낮은 상황이고 일부 부동산 가격 급등에서 보듯이 자산인플레 가능성은 여전하다. 하이닉스 매각 문제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금리가 부실기업 퇴출을 막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다. 기업들의 체감경기지수 급등은 미국 경기회복 조짐을 보고 침체기 답답한 마음이 봇물처럼 터진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도한 낙관론에 따른 과잉설비투자나 자금수요 폭증 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회복이 가속화될 경우 내년에는 인플레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급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금리인상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이 2/4분기 이후 더욱 가중될 금리인상 압력을 간과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사전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들어볼만하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