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불안정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저점을 높임에 따라 시세 연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졌다. 지난해 9월 미국 테러 이후 상승과정에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짧은 조정 후 재상승' 패턴이 재현되면서 추가 상승을 점치는 대기 매수세가 탄탄해졌다는 얘기다. 종합지수가 수 차례 도전 끝에 800선에 등정했다. 증시는 지난 14일 사상 두 번째 상승폭을 기록한 이래 만들어진 박스권을 상향 돌파함에 따라 대세 상승국면 돌입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증시는 개선된 수급여건과 되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800선 다지기를 도모할 전망이다. 모멘텀을 공급할 뉴욕 증시의 안정적인 흐름과 이달 말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하이닉스 처리가 관건이다. 프로그램 장세의 '변덕'을 감안, 가격메리트가 있는 실적주 위주로 대응하되 저가대형주나 은행, 건설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교체도 고려해볼 만 하다. ◆ 기관의 힘 이어지나 = 종합지수가 19개월중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뉴욕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매도 공세를 뚫고 상승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일 매도우위로 돌아선 이래 이날까지 8거래일 동안 8,354억원을 순매도했다. 하루에 1,000억원 꼴로 처분한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도우위로 돌아선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비중을 줄이며 증시를 압박했다. 차익실현과 더불어 일부 유통주와 운송주 등으로 종목 교체 과정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 공세는 그러나 기관과 개인에 의해 흡수됐다. 개인은 꾸준히 저가 매수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관은 연중 최대 규모의 매수우위를 기록하는 등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최근 뉴욕 증시와의 연동성이 눈에 띄게 둔화된 가운데 최대 매매 세력인 외국인 매매 패턴과 무관한 추세 형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 상대적으로 단단한 국내 경기회복 추이, 풍부한 유동성, 국가신용등급 상향 기대, 활발한 재평가작업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최근 증시관계자들의 종합지수 전망에서 심심치 않게 1,000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시는 유동성이 보강된 기관에 의해 지지력을 확인하고 재상승을 시도하는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크다.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개인도 차익실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기관 매수가 대부분 프로그램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선물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수선물과 무관한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 비중이 높아졌지만 선물옵션동시만기일을 앞두고 증가하는 매수차익거래잔고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는다. ◆ 가격부담, 극복할까 = 종합지수가 800선에 올라선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가파른 오름세를 보장할 만한 강력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도주 없이 순환 상승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지수는 박스권 상향 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부담이다. '조정다운 조정' 한 번 거치지 않고 올라온 증시가 현기증을 느낄만한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단기 고점에 대한 경계감은 차익실현 욕구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시장은 종목별 대응이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저평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단숨에 시장에 비해 몇 배의 초과 수익률을 거두곤하는 '턴 어라운드'형 종목 발굴 작업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업황이 뚜렷한 회복 추세를 보이는 종목군에서 이번 분기 실적과 연초 대비 주가 등을 감안해 수익률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1월 랠리' 이후 장기 조정 국면에 접어든 은행, 건설 등과 디지털 위성방송 관련주, 3월 배당 종목도 편입 대상이다.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는 수급균형과 함께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나타낸 뉴욕 증시의 안정적인 흐름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월요일 뉴욕 증시는 경기회복을 나타내는 경제지표와 긍정적인 수익전망에 힘입어 '회계망령'을 떨쳐냈다. 화요일 뉴욕에서는 컨퍼런스 보드가 2월 소비자 신뢰지수를 발표한다. 주중반 예정된 그린스팬의 의회 증언과 경제성장률 수정치 등 다음달 초까지 집중된 경제지표가 분식회계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의 매각은 이달 말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단은 주말 이전에 마이크론이 수정제안서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면 최종 담판에 나설 방침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