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은 최근 한 개인고객의 "논리정연한" 항의성 전화를 받은 다음 "요즘 개미는 왕개미"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소연 정도에 그치려니하고 전화를 받았던 그는 한마디 대꾸도 못한채 30여분동안 "훈계"성 질타만 듣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맞는 말이니 듣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분석 능력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능가하는 "고수"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며 실력을 쌓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신개미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신개미그룹에는 금융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밀려 전문투자자로 새로 태어난 계층과 20,30대 젊은 데이트레이더들이 어우러져 있다. 업계에선 이들 그룹이 앞으로 한국증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론과 실전경험을 겸비=전문가들은 요즘 개미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선물운용팀장은 "우연히 들른 증권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놀랐다"며 과거 경험을 털어놨다. 얼마전 A기업 주식을 사기로 결정하고 그날 저녁에 들른 증권전문 사이트에서 그 기업에 대한 분석글을 읽은 것.이 팀장은 "솔직히 그 기업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증권사 수익률 게임 우승자들은 웬만한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의 실력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증권이 올해초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수익률 게임에서 우승한 김기수씨(28).1천만원을 투자해 3개월 만에 1천8백%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차례 수익률 게임대회 우승 경력을 갖고 있는 그에게 '관찰'대상기업이 몇개냐는 질문에 "2백개 정도"라고 밝혔다. 기업을 분석하는 밀도는 더욱 정교하다. 김씨는 실적기준으로 2백개 기업을 선정한 뒤 시장흐름에 따라 투자대상 종목을 50개 이하로 다시 추려낸다. 기업에 전화를 걸어 재료가 될만한 사항을 확인한 뒤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으면 과감하게 베팅한다. 김씨는 "3,4개 종목에 집중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증권가에선 김씨같은 전문 투자꾼이 5천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은 최고의 단련장=고수급 개미들은 '인터넷'이란 신무기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한국증시에 새 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들에게 사이버공간은 정보교류의 장이자 실전에 앞선 단련장인 셈이다. 과거엔 정보력이 달리는 개미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와의 경쟁이 어려웠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상장·등록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들의 동호회 사이트가 1천개 이상 가동되고 있다. ◇주도면밀해진 투자전략=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고수들의 제도권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증시가 활황세였던 지난 99년부터 증권관련 사이트,데이트레이딩 전문학원 등이 잇따라 개설됐다. 이론적 설명뿐만 아니라 풍부한 실전에서 터득한 감각을 체계화해 개인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증권사 직원 등 기존 제도권에서도 이들의 전문교육과정에 참석하고 있다. 증권전문 사이트 '이룸'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투신등 증권사나 투신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레이드 과정이 매번 매진됐었다"고 설명했다. D증권 테헤란로지점 정모씨(37)는 "차트분석은 기본이고 투자 기업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정도로 투자과정이 주도면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