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에 뉴욕 월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 최대의 관심은 미국 증시가 2차 상승기(또는 대세상승기)에 접어들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현재 미국 증시는 경기회복과 기업실적의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의 심리가 '낙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상승한 1차 상승기를 끝내고 조정(맴돌이)국면을 거쳐 2차 상승 초기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일단 공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적용한다면 이 국면에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2차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과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미국 경기 진단과 전망=현재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경험적 확률이나 3개월 평균 주가수익률,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장 신뢰하는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차를 보더라도 일제히 미국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올 1월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치보다 평균 7% 정도 웃돌았다. 물론 예비기간(pre-earning)에 악화된 실적을 토대로 예상치 자체가 낮게 설정된 점이 있어 실제로 개선여부는 올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2차 상승기에 접어들때 주가상승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번 경기회복의 모습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 향방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3∼4%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V'자형 견해와 조만간 경기가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W'자형 견해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다. 갈수록 미국 경기가 재둔화(double dip)될 것이라는 시각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것이 요즘 월가의 분위기다. ◇경기회복의 속도와 질이 문제=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가 마지막 관심사로 남는다. 이는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이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 점에 있어서 부시 정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첨단기술업종과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 제조업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를 지향하는 산업정책을 펴고 있어 경기회복 속도가 종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하다면 지난해 단행된 금리인하로 풀린 돈(유동성)이 어디로 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경제이론대로라면 실물부문에서 흡수해 주지 못할 경우 인플레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의 질적인 측면도 종전만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으나 90년대초 '쌍둥이 적자(twin deficit)' 시절의 미국 경제를 생각해 본다면 올해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경기회복 속도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엔화 자금 회수가능성에 주목해야=일본경제 위기설과 무역흑자 축소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특히 일본내 제조업 공동화현상이 심화돼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유동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이때 일본이 미국내 투자자금(국채투자분 포함)을 중심으로 해외에 투자한 엔화 자금을 회수할 경우 미국 증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당초 예상보다 빠른 유로화 정착과 영국 등 남아 있는 유럽연합(EU) 3개국의 유로랜드 조기참여 가능성,중국과 러시아의 부상 등도 그동안 안정(safe-haven)에 대한 희구심리로 투자자금을 일방적으로 끌어들였던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묻지마' 투자세력들에 동조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