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건전한 자산과 양호한 수익성을 갖춘 대표적인 중견 우량 은행이다. 지난해 11월 통합 국민은행의 출범으로 국내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전체 여신중 86.3%,금액 기준으로는 25조원 이상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으로 국내 중소기업대출의 절대액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비중을 늘리는 추세여서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데다 중기 대출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기업은행에겐 호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부문에서 확고한 핵심 역량과 시장지배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국내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때 기업은행이 BBB-를 기록한 국민은행보다도 높은 BBB등급을 취득한 사실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는 예라고 이들 전문가는 설명한다. 실적 추이를 보면 "승승장구"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기업은행측은 지난 1999년 1천8백83억원,2000년 4천42억원에 이어 2001년에는 4천5백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이로써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 셈"이라며 "또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BIS(자기자본비율) 11.61%,무수익여신비율 2%대를 기록하는 등 우량은행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증권 여인택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지난해 실적은 영업수익(매출)이 4조7천억원,당기순이익이 4천5백39억원.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와 11%씩 증가한 수준이다. 이자부문에서는 23%나 증가한 1조5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자부문 성장에 비해 순이익 증가폭이 적은 이유는 하이닉스반도체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에 비해 2배 이상(4천2백25억원) 대폭 늘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실적은 더 가파른 호전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창 기업은행장은 연초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치를 7천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인택 애널리스트(서울증권)는 올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거의 60% 가까이 불어난 7천2백2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따라 주당순이익(EPS)도 지난해 9백90원에서 올해는 1천5백75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브릿지증권 정의철 애널리스트도 최근 "기업은행은 대기업 여신 및 대규모 여신 비중이 낮아 대규모 부실가능성이 낮은데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실적 호전 추이를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 애널리스트(브릿지증권)는 적정주가 수준을 1만1백원~1만3천9백원으로 잡고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이승주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우량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힘입어 30% 이상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