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식시장 못지않게 선물.옵션시장에서 "큰손"의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큰손의 포지션(매수 또는 매도)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일시에 뒤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선물시장의 경우 큰손은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그대로 따라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만큼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최근 "오늘은 사고 내일은 파는" 뻔한 전략을 통해서도 70%가 넘는 승률을 올리고 있다. 돈을 따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제로섬"의 선물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는 10번중 7번이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유명한 외국계 큰손은 "홍콩 물고기"와 "빅 브러더스"다. 홍콩 물고기는 "Trout(송어)"란 계좌명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전성기때는 하루에만 3~4천 계약을 좌지우지해 가격의 변동성이 클 때면 어김없이 거론돼던 전설적인 큰손이지만 최근에는 움직임이 뜸하다.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한 "빅브러더스"는 하루에 7천계약 이상을 주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개의 외국계 투기성 자금이 연합한 세력이라고도 하고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소문도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외국계 자금과는 달리 수시로 포지션을 바꾸는 변칙적인 전략을 구사해 따라가며 매매하는 개인투자자가 골탕을 먹기 일쑤다. 국내 큰손의 원조는 지난 96년 주가지수선물이 거래되기 시작한 직후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목포 세발낙지"(장기철 전 대신증권 목포지점장)다. 현재는 사실상 은퇴한 상태지만 다수의 제자들이 뒤를 이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압구정동 미꾸라지"가 국내파 큰손의 명맥을 잇고 있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은행원 출신의 40대 윤모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물시장의 위험성이 큰 만큼 혜성처럼 등장했다가도 유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큰손도 즐비하다. 지난해초 하루 수백억원대의 주문을 내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던 "스트롱거(stronger)"는 한쪽 방향으로 자금을 쏟아붓는 "몰빵"을 쳤다가 몇달만에 사라져 이제는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