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물.옵션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옵션 거래량은 시장이 개설된 지 4년여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선물 거래량도 세계 3위권을 지키고 있다. 선물.옵션시장의 급팽창은 국내 증시가 선진화되고 규모가 커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대박"의 꿈을 쫓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오는 28일 개별주식옵션 거래가 시작되면 선물.옵션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개미"(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옵션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선물시장도 외국인의 단타매매로 고유의 리스크 헤지(위험분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물시장=지난 96년 5월 개설된 주가지수선물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작년 8월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총거래량은 전년보다 60% 증가한 3천1백50만계약에 이른다. 세계 각국의 작년말 통계치가 공식 집계되면 세계 2위권으로 진입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증권거래소측은 밝히고 있다. 지난해 주가지수선물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2만8천여계약으로 전년보다 57% 가량 증가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5천8백79억원으로 29% 증가했다. 현물시장의 침체와 가격급등락,외국인의 참여 확대 등으로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량을 기준으로 할 때 외국인은 8.5%의 비중을 차지,전년보다 매매비중이 3.7%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단타매매를 일삼으면서 현물시장이 크게 교란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가 늘면서 각종 신기록도 쏟아지고 있다. 작년 12월6일에는 거래량(26만6천계약)과 거래대금(11조7천억원)이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튿날인 7일에는 미결제약정수량이 8만5천9백계약에 달해 역시 신기록을 세웠다. 반면 작년 1월30일 개설된 코스닥50 지수선물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지난해 총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6만6천계약과 3조9천억원을 기록해 KOSPI200 선물시장 개설 초기에 비해 부진한 상태다. 옵션시장=지난 97년 7월 시장개설 이후 계속된 거래 증가세가 작년에는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 테러 사태 등으로 어느 때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거래량은 8억2천3백만 계약에 달했고 총 거래대금은 47조3천억여원을 넘었다. 특히 거래량은 지난 200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전세계의 모든 파생상품을 통틀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3백34만6천계약에 달해 전년의 4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1천9백25억원)도 전년에 비해 1백79%나 급증했다. 또 지난해는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미결제약정 등이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갈아치운 해였다. 거래대금은 작년 11월26일 1조2백8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12월4일에는 미결제약정수량이 5백29만3천9백계약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12월5일에는 1천1백1만6백17계약이 거래돼 하루 거래량 신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별 거래대금 비중은 개인 66.0%,증권 19.7%,외국인 10.0%,기관투자자 4.2% 등으로 개인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기관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장개설 이후 매년 3배 이상씩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주가지수옵션 시장의 경우 작년 11월 일 평균 거래량이 6백만계약을 돌파한 이후 12월에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문제점=주가지수선물시장은 외국인이 장중에도 몇차례나 포지션을 바꾸는 "변덕"을 부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현물시장을 크게 뒤흔드는 사례가 많다. "현물의 그림자"인 선물이 실체인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가지수 옵션시장에서는 소위 "한방"을 노리는 개인투자자의 초단타 매매가 성행,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개별주식옵션이 시작되면 지수옵션시장의 투기장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개별주식옵션으로 옮기고 난 빈 자리에 개인만 남아 더욱 치열한 단타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증권 전균 과장은 "풋옵션 매수자가 "대박"을 터트린 작년 9.11 미국 테러 사건을 계기로 옵션시장에 대박의 꿈이 만연해 있다"면서 "옵션거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무턱대고 달려들면서 투기성이 한층 짙어졌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지수옵션시장의 경우 개별주식옵션이 시작되면 기관 등 "큰손"이 빠져나가면서 지수옵션시장이 개인의 투기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