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갭업 상승한 뒤 상승폭을 그대로 유지하며 마감했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긍정적인 경기전망 발언 기대로 급등했고 국내외 주가가 강세를 보인 데 따라 투자심리가 나빠졌다. 장중에도 월말 발표되는 국내 경제지표들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며 매도 우위 장세가 이어졌다. 주말이 가까워옴에 따라 물량을 정리해 위험을 피하자는 심리도 팽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그린스팬 의장의 긍정적 발언과 함께 금리인하 동결 가능성 등 국내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이어지고 한국은행의 통화흡수가 맞물려 금리의 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 2002-1호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6.15%로 마감했다. 장 초반 6.14%로 급등한 뒤 소강 상태에 빠져들면서 금리는 소폭 등락하는 데 그쳤다. 5년 만기 수익률은 6.91%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보합권에 머물렀던 회사채도 이날은 급등했다. AA- 등급 및 BBB-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각각 0.05%포인트 오른 7.09%, 11.24%를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하루만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월물은 102.90으로 전날보다 0.20포인트 하락, 종가기준으로 10일만에 103선이 깨졌다. 상하 진동폭은 0.17포인트에 머물렀으며 거래량은 4만8,000여계약으로 평소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이 3,019계약을 순매수한 반면 증권과 투신이 각각 1,000계약 넘게 순매도했다. ◆ 그린스팬 의회 발언에 촉각 = 시장의 관심은 온통 이날 그린스팬 의장이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경기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을 지에 쏠려 있다. 그린스팬 의장은 지난 11일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오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신규실업급여 청구건수, 소비자신뢰지수, 경기 선행지수 등이 연이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자 그린스팬의 경기 전망도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로 비춰보면 한때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봤던 시장의 분위기가 최근 경기호전 소식에 20% 이하로 낮아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린스팬의 발언 강도에 따라 국내 금리도 한차례 출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환선물의 홍창수 시황담당자는 "그린스팬의 발언에 금리 인하가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국내 3년물 국채 금리는 6.2%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중자금 위축 가능성 = 한편 시장에서는 콜금리가 목표치인 4.0%보다 낮은 3.8∼3.9%에 불과한 상황이 계속되자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통화환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콜금리는 3.9% 수준이었으나 연말 자금수요 때문에 적극적인 통화회수 정책은 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투자증권의 윤항진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자금을 죄는 한국은행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부가세 납부 등으로 월말 자금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통안채 1년 6개월물 1조원어치를 입찰한 바 있다. 다음주 통안채 2년물 3,000억원어치와 1년물 7,800억원어치 만기가 예정돼 있으나 한국은행이 단기물 채권 위주로 통화회수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항진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이 같은 태도가 산업활동, 무역수지 등 지표호전과 맞물려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