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맑음, 기계 흐림'' 지난해 국산자동차 판매는 3백4만대(추정치)를 기록, 전년보다 2.3% 줄어드는데 그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1백56만여대)은 6.9% 줄었지만 내수(1백47만여대)는 3.1%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5% 가량 늘어난 3백19만대로 전망된다. 특별소비세 인하와 소비심리 회복이 호재다. 특히 지난해 불황을 뚫고 ''질주''했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활약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와 직수출 확대 등으로 부품업체의 실적도 좋아질 전망이다. 반면 기계 업종의 경우 재고 조정 지연과 설비투자 및 수요 부진에 따라 올해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부터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지겠지만 본격적인 실적 호전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올해 자동차 내수(1백55만대)는 작년보다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특소세 인하와 유가의 하향 안정세, 월드컵 및 각종 선거로 특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수출(1백64만대)도 현대.기아자동차의 활약에 힘입어 작년보다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 실시한 무이자 할부판매의 후유증으로 수요가 줄겠지만 유럽시장은 소형차와 디젤차량이 본격적으로 투입돼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대우차 인수와 르노삼성의 신차출시 등이 변수로 꼽힌다. 동양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대우자동차의 이미지 쇄신과 르노삼성의 준중형차 시장 진입 등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자동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기술력이 있고 직수출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개발 및 생산기술 있는 부품업체들의 직수출 가능성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업체의 국내 진출이 활발한 만큼 이들 업체와 합작하는 업체도 주목대상이다. 기계 =과잉설비로 인한 재고 부담과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수주 감소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반기부터 재고 조정이 조금씩 이뤄져 가동률이 상승하겠지만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계획으로 당분간 설비투자가 큰 폭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오는 2003년에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발전설비와 가정용 기기 부문이 기계산업을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발전설비의 경우 지난 96년 이후 설비 증설이 지연되면서 올해 대규모 신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SK증권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예상되는 신규 발전용량은 연간 4천3백22MW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발전설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실적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SK증권 조주형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대규모 부실자산 정리와 구조조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었다"면서 "그러나 올해 본격적인 발전소 신규 발주에 힘입어 매출(2조6천56억원)과 경상이익(9백29억원)이 작년보다 6.7%와 18.3%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정용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정수기 분야에서의 기계 수요도 꾸준히 증가, 관련 업체들의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