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여 원.엔환율 1천원선(원.엔 비율 10대1)이 2년5개월여만에 무너졌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장중에 일시 1천원을 밑돈 경험이 있어 외환당국이나 시장도 이제 '1천원=마지노선'으로 보진 않는다. 취약한 일본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의 차이를 비춰볼때 원화의 엔화 동조를 계속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1천원은 희망사항 =외환당국은 일단 원·엔환율 1천원선을 '사수'하기 보다는 1천원선으로 '수렴'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원.엔환율이 1천원 밑으로 추락하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과정도 눈여겨볼 대목. 이날 장 막판엔 국책은행이 달러매수에 나서 끝내 10대 1선 위로 올려놓았다. 일시적인 1천원선 하회는 용인하지만 추세적인 붕괴는 허락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3일엔 당국도 속수무책이었다. 재경부는 연일 엔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은 이날도 "엔화가치 하락이 일본 뿐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원호 사격을 해댔다. ◇ 수급과 엔저 이중고 =외환시장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에 따른 달러공급 우위와 엔화약세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3일에도 원.엔환율 1천원선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2천억원을 넘기자 더 버티지 못했다. 엔 약세보다 달러 공급이 더욱 걱정스런 상황. 딜러들은 한쪽으로는 주가를, 다른쪽으로는 외환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곤혹스런 상황이다. 심정적으론 원.엔환율 1천원선에 공감하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일부에선 9백50원대 예상 =씨티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3일 주간보고서에서 엔화가 과매도(숏포지션) 국면이고 일본기업들의 달러화 상환 등으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25∼1백30엔으로 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때 원화환율은 1천2백60∼1천3백10원 폭에서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다. SSB는 원.엔환율 10대1은 엔화환율이 1백35엔을 향해 계속 오를 때만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경기회복 전망에 따라 원화강세 예상에 변화가 없기 때문. SSB는 작년 6월에 이미 원.엔환율 예상치를 6개월 뒤 1백엔당 9백84원, 12개월 뒤 9백54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